지난 6월20일 시도의회의원 선거가 끝난뒤 여야 각 정당은 크고 작은 후유증을 앓아왔다. 선거에 참패한 야당은 야당대로 심한 진통을 겪어왔고 압승을 거둔 여당은 여당 나름대로 부작용이 있었다.참패의 충격이 컸던 야당가에서는 통합의 회오리바람이 김대중 신민당 총재의 퇴진론과 한데 어우러져 한바탕 불어제꼈다. 그 바람이 스쳐지나간 다음에 남은것은 「정치발전연구회」라는 당내 서클. 신민당이 예상외의 무참한 패배를 기록한 서울지역 출신 의원들이 주축이되어 만든 최초의 계보이다. 최초의 계보탄생인 동시에 김총재의 퇴진주장까지 서슴지 않는 최초의 비주류 세력규합이다.
그들이 내건 기치도 야당통합과 당의 개혁이다. 평민당 시절부터 감히 누가 도전하겠느냐던 김총재의 카리스마에 상처를 입히는 비판세력이 처음으로 등장한 셈이다.
지난 15일 정식발족한 이 모임에는 주류쪽에서 단 두명의 간부가 참석했을뿐이고 당외의 야당원로와 제2야당인 민주당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걸 보면 그 모임의 성격을 대강 알수 있을것 같다. 「반김」의 닻을 올리고 있는 그들을 보고 김총재는 무얼 생각 했을까.
무조건 항복을 받아내긴 했지만 광주시의회 의장선출 파란을 보고 느끼던것과 비슷한 심정이었을 것이다.
여기서 얘기하고 싶은것은 김총재의 카리스마에 대한 도전이 신민당과 광주지역에서까지 일고 있다는 사실이 아니다.
김총재가 이끄는 제1야당인 신민당 안에서 호남대 비호남의 새로운 분파구도가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은 것이다. 문제의 「정치발전연구회」에는 서울에 선거를 가진 의원들이 대부분이고 호남에 선거구를 가진 의원은 거의없다는 인적구성으로도 금방 알수 있다.
광역의원 선거에서 참패한 서울출신 의원들이 비호남표를 의식한 자구책으로 이런 모임을 만들었다는 분석도 있다. 누가 보아도 달갑지않은 호남대 비호남이라는 심각한 분파양상은 야당에서만 나타난게 아니다.
여당인 민자당 안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이 동시에 벌어졌다는 것을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된다. 얼마전 민자당이 완패한 전북과 전남지역의 지구당 위원장들이 일제히 사표를 던졌던게 바로 그것이다. 민자당이 호남을 포기하다시피하는 상황에서 더이상 정치를 할수없다는 포기선언이나 마찬가지였다. 여당이 호남지역에서 제아무리 노력을 쏟아보았자 전혀 효과가 없으니 포기할수밖에 없는 사정을 이해할것도 같다. 그리고 버림받은 그 지역의 정치일선에 나선 위원장들이 오죽했으면 마지막 선언을 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지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등으로 일부라도 구제해 보겠다는 민자당의 약속으로 최후의 비장한 분위기가 다소 수그러들긴 했지만 여당안에서 그런 집단반발은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들의 집단 행동은 크게 보아 비호남의 호남고립화 정책에 대한 반란이기도하다. 이는 신민당의 비주류모임 결성이라는 집단행동과도 맥이 통하는 것이다. 그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동일하다. 정치판도가 이렇게 호남대 비호남으로 갈라져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소속한 진영이 달라 호소하는 상대가 다를뿐이다. 신민당의 「정치발전연구회」는 김총재를 향해 소리치는 것이고 민자당의 전남북 위원장들은 노태우 대통령과 지도부를 향해 하소연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국민을 향해 소리지른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이 두개의 반란은 동질성을 지니고 있다. 3당 합당으로 나타났던 호남 대 비호남의 정치판도가 여당 야당안에서 그대로 세포 분열을 했다는 것은 서글픈 현상이다. 여야의 정치지도자들은 이제 한계점에 다다른 지역감정문제를 이번에도 그냥 넘겨선 안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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