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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밀수까지”… 복마전 음악계/가짜고악기 폭리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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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밀수까지”… 복마전 음악계/가짜고악기 폭리 파문

입력
1991.07.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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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서 바꿔치기등 다양한 수법/5만원대 국산중고 명품둔갑도/국내 감정기관 전무 유통비리 부채질18일 서울지검에 적발된 악기밀수 폭리사건은 유명음대 교수·강사들이 악기상과 결탁,학생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예술창조물인 악기를 치부수단화하고 있다는 소문을 확인시켜주면서 연초의 음대입시부정 사건과 함께 음악계의 구조적 병폐를 극명하게 드러내주었다.

대부분 값싼 외제악기를 외국의 명장이 2백∼3백년전에 만든 명기로 둔갑시켜 최고 10배까지 폭리를 취한 악덕상혼은 악기의 고가화를 부채질,재능은 있으나 돈이 없는 서민층자제들의 예술에의 꿈을 원천봉쇄하고 있다는 점에서 악기유통구조의 전면단속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구속된 악기상들은 1백년 이상된 악기인 경우에만 골동품감정서를 첨부,문화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수입할 수있는 현행 관세법상의 까다로운 절차를 밀수수법으로 간단히 해결해왔다.

이들은 ▲바이올린·비올라 등 크기가 작은 악기는 여행용 가방속에 숨겨 들여오고 ▲첼로처럼 큰 악기는 수리를 핑계로 외국에 밀반출한뒤 현지에서 다른 악기와 바꿔 들여오거나 ▲유학생들을 통해 연주용으로 위장해 들여오는 방법 ▲국제우편을 통해 내용물을 허위신고 하고 밀수입해 왔다.

특히 서울대 강사 최승용씨의 경우 청계천 악기상에서 5만∼6만여원에 구입한 중고 현악기에 음악전문지에 소개된 「고악기」 상표를 오려 커피액으로 착색해 붙인뒤 밀반출,해외에서 악기를 구입해 들여와 다시 위조라벨을 붙이는 지능적 수법을 써왔다.

이렇게 밀반입된 악기는 3백만∼4천4백만원의 프리미엄이 붙어 구입가격의 2∼5배에 해당하는 1천만∼1억4천만원에 교수·강사 등을 통해 입시·연주회를 앞둔 학생들에게 강매되다시피 판매돼왔다.

이 과정에서 교수들은 알선대가로 판매대금의 10∼20%를 커미션으로 챙겨왔으며 악기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학부모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교수들의 추천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검찰에 압수된 한 악기상의 지난해 거래장부에는 E여대 김모교수가 5대의 바이올린 판매를 알선하고 9백20만원을 챙기는 등 27명의 교수·강사가 4천8백여만원의 커미션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 악기상과 음대교수들이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로 얽혀 있음을 반증했다.

수사검사는 『악기상들로부터 압수한 커미션 출금명세표 10여장에 저명한 음악계 인사들의 이름이 빽빽히 적혀있어 음악계비리를 실감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검찰은 구속된 악기상 김성일씨와 박준서씨가 스트라디바리우스 등 18세기초엽 이탈리아에서 제작된 명기들의 위조라벨을 갖고있던 점으로 미루어 이들이 싸구려악기에 위조라벨을 붙여 진품으로 둔갑시켰을 것으로 보고있다.

또 구속자들로부터 압수한 진품감정서 38장중 15장은 지난 1월∼4월 미국의 특정인이 집중적으로 감정해준 사실이 드러나 감정서역시 위조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있다.

국내에 고악기의 진품여부를 감정할 수 있는 공인기관이 전무한 점도 외제악기의 고가 음성거래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6월 세계최고의 악기감정가인 영국인 애덤·와트슨씨가 국내음악인들이 소장하고 있는 스트라디바리우스 9점 등 고악기 19점을 감정한 결과 모두 모조품이었다는 사실은 외제악기 유통구조의 실상을 잘 보여준다.<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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