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제헌절 아침 서울시민들의 법의식에 관한 어느 여론조사결과가 신문에 실려있었다. 그에 따르면 서울시민의 51%가 「법대로 살면 손해본다」 58%는 「이제까지 정권연장을 위해 헌법이 개정돼 왔다고 믿고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정말 한심하고,불신에 가득찬 시민들의 법의식이 소문그대로 드러난것 같아 씁쓸했다. ◆더욱 창피스럽게 여겨진것은 법을 잘 안지키는 사람들을 직업별로 묻는 설문 결과였다. 1위 국회의원(69%) 2위 사업가(52%) 3위 공무원(48%) 그다음이 상업(37%) 대학생(28%) 순서였고 반대로 주부들이 가장 법을 잘지킨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의사당에서 여론을 받들어 법을 만들고,법과 시장질서 테두리안에서 돈을 벌고,만들어진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법을 안지키는 사회란,바로 거꾸로 돌아가는 세상임을 은연중 드러내는 것이 아닌가. ◆서양에서 법을 지키지않는 것을 흔히 「법을 앞질러간다」고 표현한다. 범법자란 으레 약삭빠르게 앞서 달리려다 결국은 맥이 빠져 꾸준한 걸음걸이의 법에게 뒷덜미를 잡히게 마련이기에 아마 그런 표현이 나왔음직하다. 우리 정치인·사업가·공무원들도 이제는 앞질러만 가려하지말고 법을 뒤따르는 수범도 보여야 불신의 늪에서도 벗어날수 있을터인데,도대체 그런것 같지가 않아 탈이다. ◆서울시민의 절반이상이 아직도 헌법개정을 정권연장을 위한 수단으로 보고 있는데도,제헌절을 전후해 정치권에서 돌출되고 있는 내각제 발설과 말장난도 그런 앞질러가기 병폐의 또다른 전형이 아닐까 시민들은 반신반의하고 있다. 예사 사람도 한입으로 두말하면 주위의 타박을 받는데,나라의 지도자란 사람들이 분명 않겠다고 했으면 당분간이라도 입을 봉해야 할텐데 주거니 받거니 가상법까지 써가며 또 내각제 풍선을 뛰우는 소이를,미심쩍어 하는 것이다. ◆시민들의 절반이 왜 법대로 살면 손해라고 믿기에 이르렀고,정치권과 지도층이 불신받는 사태의 원인을 꿰뚫어 모두가 법의 참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볼 때이다. 그래서 법이란 누구도 앞서갈수 없는 것이란 평범한 이치가 거듭 확인될때 제헌절의 의미도 사회안정도 되살아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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