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이 도둑놈아』모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일요일인 지난 14일 부인과 함께 서울 근교의 산에 올랐다가 산꼭대기에서 나는 난데없는 외침소리에 깜짝 놀랐다.
등산와서까지 누군가 소매치기를 당했나 싶어 급히 소리나는 쪽을 돌아다보니 60대 후반의 한 노인이 시내쪽을 향해 다시 한번 『도둑놈들아」하고 큰 소리로 외치는 것이었다.
사연이 궁금해 가까이 다가가 까닭을 물은즉,이 노인은 산꼭대기에 올라와 『야호』 소리대신에 이렇게라도 외쳐야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짤막하게 설명해주었다. 세상에서 끊임없이 터지는 각종 사건들,다시 말하자면 요즘 세상 돌아가는 모양새가 이미 일선에서 정년퇴직한 백발의 노인에게까지 이처럼 스트레스를 안겨주고 있는 모양이라며 그 임원은 걱정반 한탄반으로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개별적인 이해관계에는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다하더라도 최근들어 꼬리를 물고 터져나오고 있는 대형 사건들의 평번한 생활을 하고 있는 일상인들에게까지 엄청난 충격을 주고 있는것 같다.
요즘들어 일반 국민들에게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주고 있는 사건으로는 단연 한보 사태가 꼽힐수 있을 것이다.
이미 올해초 1차 파동을 겪을때 한보 처리는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를 남긴채 중간 마무리 되었다. 정태수 회장은 구속됐지만 정회장의 한보그룹은 극심한 자금위기에도 은행 지원으로 살아남아 정부가 한보를 살리고 있음을 느끼게 했다.
정부가 뭔가 밝히지 못할 사연이 있어서 한보를 살리는게 아니냐는 의심이었지만 이에 대해 정부는 뚜렷한 해명을 하지 못했다.
정회장의 집행유예 석방으로 속개된 2차 파동에서도 정부 당국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상식적으로 볼때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책임을 한보에 대해 묻지 않고 있다.
사람들의 마음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방식으로 일이 처리되지 않으니 갈수록 많은 스르레스가 사회적으로 쌓이고 있다. 이 스트레스를 산에 올라 「도둑놈」이든 뭐든 큰 소리로 외쳐 해소할수 있는 사람들은 그나마 다행이다. 술먹는 이들은 이 때문에 아무래도 술을 더 마시고 몸을 망가뜨리게 된다. 어떤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들도 「정부고 기업이고 큰 잘못이 많은데 우리 정도야 뭐」하며 거칠게 없게 된다. 이렇게 해서 발생하는 사회적 손실을 무엇으로 대신할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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