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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편모·가난·종교차별 딛고 토머스,미 연방대법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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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편모·가난·종교차별 딛고 토머스,미 연방대법관 올랐다

입력
1991.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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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 수녀교사들 헌신적 교육이 “큰힘”/한때 신학대 진학… “보수 인물” 평가도『클레어런스·토머스를 키운 사람은 누구인가』

흑인차별이 특히 심한 남부 조지아주의 가난한 항구도시에서 태어나 일약 연방대법관에 지명된 클레어런스·토머스의 성장과정 하나하나가 그의 상원 임명동의 날짜가 가까워오면서 드러나고 있는데 그중 가장 돋보이는 대목이 이 흑인 소년을 키운 백인 수녀들 얘기이다.

토머스 대법관은 지난 1일 부시대통령과 함께 기자회견에 나와 그를 이처럼 길러준 할아버지 내외·어머니·수녀 등 3그룹의 사람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는데 그중 특히 「수녀들」에 대한 일화가 흥미를 끌고 있다.

클레어런스·토머스의 출생에 대해서는 상당수의 흑인 소년들이 그랬던것 처럼 별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그가 7살나는때에 그의 어머니가 조부댁으로 들어와 거기서 할아버지·할머니와 함께 성장했다고만 돼있다.

그는 4중의 고통속에서 성장하기 시작했다. 흑인이라는 것,아버지가 없다는 것,가난하다는 것,그리고 보수적인 기독교 지방에서 가톨릭 신자였다는 것 등이다.

토머스 판사가 한 연약한 흑인소년의 힘으로 이 철벽같은 4가지 장벽을 뚫고 오늘날 연방대법관에로 까지 진출하게 된 힘은 역시 교육에서 나왔다.

가정교육으로서는 할아버지의 훈계였다. 여름에는 얼음을 팔고 겨울에는 장작을 팔아온 그의 할아버지 마이어스·앤더슨은 토머스에게 언제나 『준비하면 백인에게 의지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했다.

자기자신을 철저히 채찍질하면서 모든일에 대해 준비하는 습관을 가지고 실제로 준비해 나가면 아무리 백인이라도 흑인을 얕잡아 볼수 없게 된다는 말이었다. 실제로 토머스의 친구들은 그의 성실성과 근면성에 대해 지금도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수녀들」이란 토머스가 다녔던 조지아주 서배너시의 성베네딕트회 무어학교의 교사들이다. 토머스는 이 학교에서 중학과정까지 8년을 다녔는데 이 학교 교사로 일하던 백인수녀들이 토머스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수녀들은 성베네딕트회 소속으로 서배너의 빈촌에 학교를 세우고 주로 흑인소년·소녀들을 가르쳤다. 백인들은 이 수녀들을 『깜둥이의 누님들』이라고 모욕했다.

그러나 수녀들은 흑인소년들에게 「홀로서기」를 가르쳤다. 물론 엄격한 기독교식 교육이었지만 같은 백인들로부터 심한 박해를 받으면서 몸으로는 흑인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는 것과,흑인 소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교훈들이 토머스에게는 한없이 힘의 원천이 됐던 것이다.

토머스는 이 백인수녀들로부터 중학과정을 마친후 가톨릭신학대에 신부가 되려고 들어갔다가 중퇴한후 다른 한 신학교를 거쳐 결국 예일대 법과에 진학하게 됐다.

토머스가 다니던 성베네딕트회 무어학교는 폐쇄된지 오래이다.

흑백분규 등으로 이 지역이 거의 황폐화됐기 때문이다.

토머스에게 그렇게 강력한 교훈을 줬던 수녀들은 이제는 모두 은퇴했다. 90년 2월 토머스가 워싱턴 고등법원 판사로 임명됐을 때 4명의 수녀들이 용케 초청돼 취임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아마도 이번 가을 토머스 판사가 상원의 임명동의를 얻어 대법관에 취임한다면 그 취임식 석상에는 적어도 4명 이상의 이들 은퇴수녀들이 초청될 예정이다.

연방대법원 판사는 미국의 역사방향을 좌우하는 엄청난 요직의 하나이다. 토머스 판사는 보수적 인물로 평가되고 있지만 범죄를 제외한 일반 사회문제에 대해서도 항상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그는 때때로 극히 전진적인 판결을 내놓기도 한다. 주지사나 상원의원 같은 고위인사만 달고 다니던 자동차 특별번호판을 위법으로 판결하는 진보적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

토머스 판사는 그의 한많던 흑백차별·가난·편모슬하 등의 고통을 울분이나 파괴로 분출하는 대신 교육을 통해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자리까지 올라가게된 위대한 실례로 평가되고 있다.<워싱턴=정일화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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