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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츠 「이란­콘트라」로 또 발목잡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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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츠 「이란­콘트라」로 또 발목잡혀

입력
1991.07.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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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간부 “사전인지” 증언 개입의혹 쟁점화/CIA국장 인준 청문회 상원서 무기연기【워싱턴=정일화특파원】 지난 5월 부시대통령에 의해 차기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으로 지명된 로버트·게이츠 현 백악관 안보담당 부보좌관의 상원인준이 난관에 부딪치고 있다.

게이츠의 상원인준은 당초 22일 임명동의를 위한 청문회를 열어 가부를 결정할 예정이었으나 그가 이란­콘트라사건에 직접 개입했을지도 모른다는 새 증언이 나와 무기연기된 것이다.

아직 절망적인 상황은 아니지만 만일 2∼3주내에 상원정보위의 임명동의를 위한 청문회가 열리지 않는다면 오는 8월6일부터 시작되는 의회 휴회기간을 넘길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되면 게이츠 자신은 물론 부시행정부 자체가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보도되고 있다.

이 문제는 12일 부시대통령이 주말휴가를 보내고 있는 메인주 케네벙크포트에서도 날카롭게 거론됐다.

기자들은 「말썽 많은」 게이츠를 계속 붙들고 있을 것이냐고 곧바로 물었고,부시대통령은 『소문과 추측으로 유능한 사람을 끌어내리는 것은 미국의 페어플레이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응수했다.

그는 부시 자신이 레이건­카터간의 대통령 선거전이 벌어지던 79년 10월23일 이란에 억류돼있던 인질을 늦게 석방하도록 이란과 비밀협상을 하기위해 파리에 갔다는 「증거없는 보도」 내용까지 들춰가며 게이츠가 만일 이란­콘트라에 직접 개입됐다면 그 증거를 대야하고,그 증인은 상원에 나와 당당히 증언하라고 윽박지르기까지 했다.

게이츠는 지난 86년에도 CIA국장으로 지명됐다가 그가 이란­콘트라 사건에 관여했다는 비난이 쏟아지자 스스로 사퇴한바 있다.

그러나 지난 4년간 이란­콘트라사건이 특별감사에 의해 조사돼왔고 나올만한 내용은 이미 다 나왔기 때문에 이번에 다시 부시대통령에 의해 재지명됐던 것이다.

이것이 어긋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 8일 전 CIA 중남미국장인 앨런·D·피어스의 의회증언 때문이다. 피어스는 이란­콘트라사건 특별검사 로런스·월시와의 심문대화에서 86년당시 이란­콘트라사건을 잘알고 있었으면서도 의회증언에서 『모른다』고 말했다고 자신의 유죄를 인정했던 것이다.

피어스는 CIA 중남미담당 책임자로서 올리버·노스중령이 관여된 이란­콘트라사건의 내막을 탐지하고 이를 CIA상부에 보고 했는데,비밀공작책이자 CIA서열 제3위인 클레어·조지가 이 보고에 대해 『당신은 이 사건을 아는 몇사람중의 하나가 됐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상원 정보위소속 의원들은 『중남미담당 책임자가 이란­콘트라사건을 상부에 보고했다면 당시 CIA 부국장으로 서열 제2위의 게이츠가 이를 모를턱이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CIA에는 당시 모든 전화통화를 녹음한 전화테이프와 이를 글로 옮겨적은 전화통화록 사본이 보관돼 있는데 이것이 공개되면 피어스의 증언에 대한 전후맥락이 확실히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부시대통령은 12일 CIA 통화내용문을 공개할 용의가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것은 따로 법절차가 있으므로 그 절차에 따라 공개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피어스의 증언에 의해 새로 게이츠의 CIA 국장자격이 의심되고 있는 주관심분야는 그의 정직성이다.

그는 몇번의 증언을 통해 이란­콘트라사건을 모른다고 말해왔지만 피어스의 증언에 따르면 확실히 이 사건을 알수있을 만한 입장에 있었던 것이다.

또 게이츠는 1차 CIA국장지명 과정에서 그가 비록 이란­콘트라사건에 깊이 관여되지는 않았다해도 이 사건을 말릴만한 위치에 있으면서도 그런 일을 일절 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받은바 있다. 이번에는 그가 알고도 모른다고 말했다는 것이 의심의 초점이다.

우선 이란­콘트라사건이란 것부터 스캔들이라고 보기에는 좀 차원이 맞지 않는다.

당시 레이건행정부는 니카라과의 좌익정부에 대한 일종의 증오심을 갖고 있었고 이에따라 이를 반대하는 게릴라를 도우려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일로 여겨졌었다. 여기에 머리 좋고 패기 만만한 올리버·노스 해병중령이 백악관 안보담당 보좌관보로 있으면서 백악관 지하실에 공작본부를 차리고 이란에 무기를 판 대금의 차액을 반니카라과 게릴라에 건네주게 됐던 것이다.

그것은 고차원적인 국가정책 일수도 있었다.

백악관 지하실에서 행해진 이런 비밀지원행위를 실질적 권한도 없는 CIA 부국장이 적극적으로든 소극적으로든 개입할수 있는 범위는 매우 제한적이라고 볼수 있다.

그러나 정보위소속 상원의원들은 그것이 그렇지 않다는 가정위에 서있다.

미국의 가장 중요한 공직의 하나를 맡는 사람이라면 「예,아니오」가 분명해야 하며 그가 아무리 실권이 없는 부국장자리에 앉아있었더라도 분명히 자기가 해야할 일이 무엇인가를 선언할수는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부시대통령은 게이츠의 정직성과 명예를 전적으로 신임한다고 거듭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게이츠의 임명동의가 이뤄지지 못한다면 이는 부시대통령의 정치적 좌절을 의미한다고 미국 여론들은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부시의 패배보다는 미국양심의 승리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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