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의 국회는 모처럼 찬사와 감격의 단어들을 대량으로 쏟아냈다. 『중대한 역사의 한 순간』 『해방이래 최대의 경사』 『꿈같은 일』 『7천만 민족의 소망성취』.그도 그럴것이 이날의 본 회의는 남북한의 유엔동시가입을 눈앞에 두고 정부가 제출한 유엔헌장 수락동의안을 다루는 「현장」이었기 때문이다. 전날까지의 대정부 질문기간중 텅텅 비어 맥빠졌던 의석은 만당을 이루었고,이를 생중계하기위해 설치된 TV카메라용 조명이 회의장을 휘황찬란하게 비추었다.
지난 40년간 국제무대에서 끊임없는 소모전의 상대였던 남북한이 나란히 유엔에 의석을 차지하게된 일이 어떤 역사성을 지니는가는 새삼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찬성토론의 형식으로 김영삼 민자당 대표최고위원과 김대중 신민총재가 정당대표 연설에 나란히 나선 장면 역시 사안의 의미를 재삼 되새기게했다.
대표연설을 위한 의사일정 조정과정에서 『정부가 다해놓은 일을 정치권이 뒤늦게 생색을 내려한다』고 새어나왔던 일각의 잡음을 굳이 재론할 필요가 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연설에서 김민자 대표는 유엔가입 문제와 관련해 각국에 서한을 보냈던 김신민 총재를 겨냥한뒤 『3당합당을 한것도 통일에 대비하기 위한것이었다』고 자기합리화를 하기도 했다. 또 김신민총재 역시 남북한 유엔동시가입을 자신이 지난 72년 이미 주장했다며 『나도 남북화해를 위해 약간의 노력을 했다』고 자찬을 곁들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껄끄러움들은 예의 두김관계로 볼때 「애교」로 치부하고 싶었다.
두사람은 모두 통일이라는 대명제앞에 나름대로의 처방과 열의를 과시하려 애썼고 초당적 외교를 다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두사람의 연설을 깊이 들으면 들을수록 남북관계에서의 경사에 비해 동서분열의 파열음에 내리 고통을 겪어야하는 우리내부의 암담함에 무거워지는 심정은 어쩔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두사람도 『우리나라의 유엔가입은 우리내부의 화합을 이루는 큰계기가 돼야할 것』 (김대표) 『남북통일에 앞서 남쪽내부의 통일이 시급하다』 (김총재)고 연설을 맺었다.
두 사람이 이같은 결론만큼 책임을 어느정도 느끼는지가 매우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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