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나 비행기의 좌석 확보가 보통 어려운게 아니다. 유럽·동남아로 나가는 비행기 좌석은 말할것도 없고 부산·제주도 등도 마찬가지다. 특히 제주도행 비행기는 거의 신혼부부들의 차지가돼 끼어들기 조차 민망할 정도다 이같은 만원사태는 비행기나 기차 좌석표 뿐만 아니라 골프장·호텔·유명한 음식점도 같은 대열에 설때가 많다.행여나 빈자리라도 하나 남았을까하고 전화통에 매달려 보지만 『매진됐다』거나 『전부 예약 됐는데요』란 대답만 되돌아올 뿐이다. 이러한 대답이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과연 우리나라 사람들의 생활수준도 높아지고 점차 예악사회가 되어가는 구나」하는 생각을 하게된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얼마전까지만해도 예약사회와는 거리가 멀었다. 예약을 하는 사람이나 예약을 받는 쪽이나 하나같이 익숙지 못했다. 예약을 하기보다는 그냥 찾아가서 배경을 동원해서라도 뜻하는 바를 해결하려 했다. 음식점의 경우 찾아가 만원일 경우 기다리기 보다는 딴곳으로 가곤했다.
예약을 받는 쪽도 어딘지 미심쩍어 직접 찾아오는 손님을 환영했고 반대로 예약을 하고도 가보면 딴소리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
동경에서 만난 한 항공사 직원은 서울행 비행기의 예약을 받으면 손님을 A·B 두 그룹으로 분류한다고 했다. A그룹엔 서양인·일본인·재일 한국인이 속하고 B그룹엔 한국인과 A그룹에 속하지 않는 외국인이 포함된다. 이같은 분류는 비행기 좌석을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A그룹 사람은 예약을 하면 틀림없이 지키고 여행계획에 변경이 생겨 비행기를 타지못할때는 사전에 연락해준다. 이에 비해 B그룹은 예약을 하고도 잘지키지 않는다. 여행계획이 변경돼 비행기를 타지 못하게 됐을때도 사전에 연락을 하지 않는다. 이런 사람이 평균 20%는 된다. 항공사는 이같은 사람들 때문에 좌석이 비는 경우에 대비해 예약을 좌석정원보다 더 받는다.
한예로 1백명 정원의 비행기에 A그룹이 40명,B그룹이 60명 예약했을 경우 예약을 잘지키지 않는 B그룹 예약인원의 20% 즉 12명 정도 예약을 더 받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B그룹에 속하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지만 재일 한국인은 같은 한국인인데도 A그룹에 속하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들이 자라고 생활하고 있는 환경때문이리라.
드문 일이지만 호텔예약도 마찬가지다. 동경에서 근무하다 보면 동경에 급히 갈일이 생겼으니 적당한 호텔을 예약해 달라는 부탁전화를 받는다.
이러한 부탁도 충분한 시간을 주면서 하면 좋을텐데 날짜가 눈앞에 닥쳐서 한다. 부탁대로 적당한 호텔을 찾아 예약을 해둔다. 지금쯤 예약을 부탁한 사람이 도착해 방을 이용하고 있으려니 생각할때쯤 호텔에서 전화가 걸려온다. 『왜 예약을 하고 아무 연락없이 손님이 오지 않았느냐』는 책망이다. 이런 경우 신용이 떨어져 다음부터 이 호텔을 이용할수 없을 뿐더러 대부분의 호텔은 『당신의 예약때문에 방을 비워두고도 딴 손님을 받지 못했으니 요금을 지불하라』는 청구서를 보낸다. 꼼짝없이 지불해야 한다.
화가나서 예약을 부탁한 사람에게 전화해 『왜 연락없이 오지 않았느냐』고 나무라면 『뭐 예약가지고 그러느냐』고 거꾸로 짜증을 낸다. 『청구서가 날아와 요금을 물었다』고 하면 그때서야 놀라면서 미안하다고 한다.
본격적인 바캉스철이다. 무더위와 싸워야 하는 여름 바캉스는 그렇지 않아도 교통체증에다 바가지 요금 등 짜증나는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예약질서를 확립해 보다 시원한 여름휴가를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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