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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1.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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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살짜리 소녀 졸라·버드가 운동화도 신지않고 맨발로 달려 여자 3천m의 세계신기록을 세우고 세계육상 관계자를 깜짝 놀라게 한것은 1983년의 일이었다. 버드에게는 맨발의 소녀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러나 혜성과 같이 등장한 맨발의 소녀 버드는 IOC서 추방된 남아공 국적이어서 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었다. ◆할수없이 버드는 고향을 떠나 런던서 선수생활을 계속하면서 영국국적을 취득하여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 영국선수단으로 참가했다. 세계기록보유자인 버드는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으나 여자 3천m 경기도중 또 한명의 유력한 우승후보였던 미국의 메리·데커와 충돌,뒤꿈치를 밟힘으로써 7위로 처졌고 뒤꿈치를 밟은 데커는 그자리서 넘어졌다. ◆이 해프닝은 로스앤젤레스의 대충돌로 불린다. 버드는 서울올림픽서 재도전을 다짐했으나 서울올림픽서는 버드의 출전문제가 폭발물의 뇌관과도 같은 불안요소로 떠올랐다. 남아공의 인종분리 정책에 반대하는 흑인국가와 민권운동세력이 남아공 출생인 버드의 영국선수단 출전을 트집잡으려 했기때문이다. ◆서울올림픽 개막 4개월을 앞두고 IOC 국제육성경기연맹 대회조직위 등이 그의 출전문제로 고민중일때 버드는 돌연 대회출전 포기와 선수생활중단을 밝히고 귀국했다. 객지생활이 외롭고 대회출전때마다 반대데모대에 시달려 더 이상 선수생활을 계속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의 귀향으로 많은 관계자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서울올림픽은 사고와 분규없는 성공제전이 되었다. ◆고향에 돌아간 버드는 어린시절의 소꿉장난 친구와 결혼하고 트랙을 떠났다. 그로부터 3년,인종분리정책을 포기한 남아공이 IOC로 부터 제재가 풀려 32년만에 올림픽에 복귀하게 되자 버드는 바르셀로라 올림픽 출전을 위해 선수생활 재개를 준비중이라고 한다. 이제는 맨발의 소녀라는 별명이 어울리지 않는 24살의 주부. 성숙한 맨발의 숙녀는 불운했던 맨발의 소녀의 가슴에 응어리진 올림픽의 한을 풀수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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