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당의 이찬구의원(경기 성남을)은 지난 8일 돌연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했다. 다른 사람은 수십원씩이나 뿌리면서 지방의회 의원자라도 붙들려고 아우성인데 국회의원직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의원은 더 이상 빚을 질수도 없고 주변 사람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기가 싫어서 사표를 냈다고 설명했다. 의원생활을 하면서 빚을 많이 졌다는게 주변의 얘기이고 보면 숨겨진 다른 이유가 없는한 그는 결국 돈때문에 사퇴를 결심한것 같다.그의 설명을 들어보면 의원생활이 얼마나 쪼들리는지 딱한 사정에 이해가 갈것도 같다. 그는 광역의회 선거가 있던 지난 6월20일이 마침 세비를 타는 날이라. 보너스를 포함해서 3백90만원 가량 나왔는데 그날로 다 나가버렸다고 말하고 있다. 지출 항목을 따져보면 의원으로서 내는 당비 1백만원,당무위원이라고 해서 추가로 또 내는 당비 50만원,선거운동원 32명에게 21일간의 수고비 5만원식 1백60만원해서 모두 3백10만원이 나간것이다. 나머지로 제세공과금과 경조비 등을 내고나니 한푼도 안남았다. 지구당사 월세와 사무국장,청년 선전,여성부장,간사,여사무원 등 6명의 봉급은 천상 다른데서 마련해야 했다.
보너스가 나온 달이 이정도니 다른 달은 말할것도 없다. 다른 의원들이 다가는 경조행사에 빠질수도 없고 화환도 최소로 줄여서 보내는데도 한달에 2백∼3백만원씩 든다. 그래서 이의원은 지금 7천여만원의 빚을 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제시한 지출 항목속에는 가족 생활비나 자동차 유지비 선거구 관리에 알게 모르게 들어가는 각종 잡비 등이 빠져 있다. 선거때나 명절이 되면 따로 엄청난 목돈이 필요하다.
그러고 보면 의원생활이란 「빛좋은 개살구」라는 말이 어울릴것 같다. 기업도 있고 개인 재산이 있는 사람들도 「너무 나간다」고 아우성인데 이의원처럼 가진게 없는 통일원 교수 출신이야 더 말해서 뭘하겠는가. 야당의원은 여당의원보다 사정이 더 딱한게 보통이다. 이처럼 엄청난 돈이 들기 때문에 청렴하고 유능한 젊은이들이 야당하기가 어렵고 타락한 지식인 졸부들이 여당에 들어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그는 이유있는 개탄을 하고 있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정치자금법이 개정될테니 참아보라고 만류했다는 우스운 얘기도 있지만 이게 어디 자금법 개정으로 해결될 일인가.지금 진행되고 있는 협상에서 야당이 주장하는 대로 국고지원을 현행 유권자 1인당 4백원에서 1천원으로 늘린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결코 아니다. 그렇다고 몇십만원씩 올릴수도 없는 실정이고 경제단체나 기업이 주는 자금도 한계가 있다.
정치자금법 협상에서 무슨 노다지 금광이라도 발견되지 않는한 그 엄청난 정치비용을 충당할수는 없는 것이다.
국고지원이 늘고 경제계의 도움이 커지면 그만큼 정치비용만 더 나가는 결과밖에 가져올게 없다. 정치자금이란 언제나 있는게 한정이기 때문이다. 밑빠진 독에 물붓는거나 마찬가지이다. 독을 고치지않고 물만 자꾸 부어 보았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근본대책은 돈들어가는데를 아예 없애거나 줄이는 길 밖에 없다. 방대한 중앙당의 인원과 기구를 대폭 줄여야 한다. 중앙 당사는 아예 없애 버리고 국회의사당으로 들어가면 된다.
상설 운영되고 있는 지구당도 없애 버리고 선거때만 임시 가동하면 된다. 선거제도 역시 대선거구로 바꿔 정당기표제를 도입하면 선거비용이 거의 안든다.
이런 획기적 제도적 개선이 없는한 뇌물을 막고 쇠고랑을 차는 의원이 늘어날수 밖에 없고 이의원처럼 돈때문에 아예 의사당을 떠나는 선량들이 계속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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