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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갑자기 일제히 자수했나/석연찮은 집단자수 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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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갑자기 일제히 자수했나/석연찮은 집단자수 동기

입력
1991.07.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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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입맞춘듯… 「배후」 가능성/공소시효도 만료안돼 의혹 부채질오대양사건이 남긴 갖가지 의문과 의혹이 사건발생 4년여만에 다시 부각되고 있다. 10일 충남도경에 자수한 오대양 전직원 6명은 오대양집단 변사사건(87년 8월29일) 당시 경찰에 구속돼있던 상태여서 희대의 동반변사 사건에 대한 사실적 증언을 기대할수는 없으나 전후정황을 잘 알고있다는 점에서 베일에 가려졌던 이 사건의 전모를 보다 명확히 밝히는데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같은 기대와 함께 이들의 돌연한 자수를 둘러싼 다른 새로운 의문점이 생겨나고 있어 오대양사건의 양상은 더욱 복잡하게 얽혀가고 있다.

이들의 자수로 드러난 새로운 사실은 집단변사사건 이전인 85∼87년 오대양 내부에서 직원 3명이 집단살해돼 암매장됐다는 점 한가지 뿐이다. 이 사건은 오대양 대표 박순자씨를 포함한 32명의 동반사망 사건과 아무런 논리적 연관이 없으며 단지 오대양 집단의 비밀스럽고도 잔혹한 단면이 다시한번 부각된 셈이다.

그렇지만 이들의 자수가 집단변사 사건과 관련,새로운 의혹과 주목을 끄는 것은 이들의 자수동기가 돌발적인데다 석연치않은 구석이 있기때문이다. 이들이 주장하는 자수동기는 한결같이 죄책감,또는 오랜 오대양의 미몽에서 깨어난 심리적 변화에 맞춰져 있다.

그러나 이같은 단순한 심경변화가 범행 4∼6년만에 자수로 이어질 수 있는가에 대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의혹이 제기된다.

이들의 진술은 자수이전에 입을 맞추었다는 인상을 강하게 심어주고 있으며 공소시효가 끝나기도 전에 자발적으로,집단으로 자수했다는 점은 많은 의문을 던져주고 있다.

사건당시부터 이 사건을 담당했던 수사관은 최근까지도 자수자중 김강규씨(31) 등을 찾아다니며 오대양사건과 관련된 진술을 받으려 했으나 이들은 침묵으로 일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당연히 「왜 자수했는가」 보다는 「왜 자수해야만 했는가」에 초점이 모아진다. 즉 자수를 선택했을 가능성,또는 누군가에 의해 자수가 강요됐을 여지가 보이는 것이다. 이런 의혹을 더욱 뒷받침하는 것은 오대양사건 당시 ▲권력층의 비호설 ▲수사가 서둘러 종결된 점 ▲1백70억원에 달했던 사채의 묘연한 용도와 행방 등이 해명되거나 풀리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관리직인 생산부 차장이었던 김도현씨 등 오대양의 실체와 사건의 비밀을 잘 알고 있는 이들이 사건의 영원한 은폐를 노린 배후세력의 사주로 거짓진술을 위해 사전에 입을 맞춘뒤 자수했거나 또는 사건에 직접 개입한 어느세력으로부터 신변의 위협을 받아 도피수단으로 자수를 택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또 경찰에서 이제까지 「사건의 열쇠」로 지목돼 현상금까지 걸려 수배중이던 오대양 총무과장 노순호씨(당시 33세)의 죽음을 기정사실화 하기위한 증인역으로 이들을 세워 사실상 사건을 종결지으려는 누군가의 의도가 있는게 아닌가하는 추측도 가능하다.

자수자들은 모두 채권자 폭행사건으로 87년 8월24일 구속돼 같은해 12월23일 집행유예로 석방됐는데 오대양사건 16일전인 87년 8월13일 노씨를 살해한것이 아니라 석방된 후에 오대양의 비리와 사건의 실체를 가장 잘 알고있는 노씨를 살해 또는 지시에 의해 청부살해 했을 가능성도 생각해 볼수있다. 살해의 동기는 사채를 둘러싼 암투 또는 사건 은폐일 수 있다.

이같은 여러가지 의혹이 풀리지 않은채 경찰수사가 자수자들이 밝힌 범행사실에 대해서만 초점이 맞춰진다면 오대양사건은 영원히 규명될 기회를 잃게될 것이다.<한기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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