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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체제」를 설정하는 일/북의 태도·정세 봐가며 차분하게(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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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체제」를 설정하는 일/북의 태도·정세 봐가며 차분하게(사설)

입력
1991.07.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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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유엔가입 신청은 상당히 복합적인 의미를 지니는 「노선수정」이다. 그중에서도 우리가 북의 「노선수정」이라고 부르는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이 궁극적으로 「남북 평화공존」에 연결되고 또 연결돼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유엔가입 신청은 한마디로 말해서 국제평화유지 기구에 가입함으로써 그 자신 폭력을 포기하고 평화를 지키겠다는 국제적인 공약이 된다. 더구나 북측은 대한민국의 유엔가입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전제위에서 유엔가입 신청을 결정했다.

따라서 유엔가입 신청이라는 결정 하나만으로도 북측은 남북의 평화공존을 사실상 선언했다고 해석해야 옳다. 여기에서 남북의 기본적인 관계를 법적으로 안정된 평화체제로 굳혀야 된다는 당연한 문제가 떠오른다.

지난달 동서독의 경우는 기본조약이라는 일종의 국가간 협정형태의 문서를 채택했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기술적으로는 「전쟁상태」에 있다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다만 휴전협정에 의해 전투행위가 잠정적으로 멎었다는 데에 지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북측은 국제평화기구에 가입신청을 하는 등 사실상의 평화공존 수용의 몸짓과 동시에,또 한편으로는 여전히 「남조선 해방노선」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북측은 그들이 일방적으로 중단한 남북대화의 재개를 거부하고 있을뿐 아니라,언론매체들을 통해 상식을 벗어난 대남비방을 계속하고 있다.

또한 공식적인 당국자간 대화를 거부하면서 오는 18일 서울에서 열릴 예정인 소위 「범민족대회 제2차 실무회의」에 취재기자를 포함한 대표단을 보내겠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보내왔다.

결국 전쟁상태를 종결짓고 남북간에 기본적인 평화체제를 설정하는 것은 유엔가입으로 익은감 떨어지듯 자동적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먼저 남북간의 신뢰성이 실질적으로 인정되고 보장되는 선행조건이 전제돼야 한다.

일부에서 논의하는 것처럼 우리가 휴전협정에 도장을 찍지 않았다는 기술상의 문제는 남북간의 평화체제 선언에 그리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고 우리는 보고자 한다.

북측이 유엔가입을 승복하고,아직 진의를 파악하기 어렵지만 핵사찰을 받아들이겠다는 결정을 내리지 않을수 없었던 것은 국제정치의 흐름과 남북간 균형의 변화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북측이 남북간의 평화체제 협정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문제일 뿐이다.

남북간 전쟁상태 종결=기본관계 설정은 섣불리 서두르지 말고,차근 차근 저들의 태도와 주변정세를 봐가면서 대책을 세우는게 바람직스럽다. 한장의 종이쪽지나 선언문이 문제가 아니라,그 과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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