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나라 이야기 이기는 하지만 미국의 국회는 자기 나라 국민들에게 정말로 일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일년중 대부분의 기간동안을 개원하여 있으면서 국가의 중요문제들을 토론하고,또 각 분과위원회들은 청문회를 개최하여 국민과 더불어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국가적으로 중대한 문제에 대해 합리적인 결정이 내려지도록 하고 있다.반면에 우리의 국회는 이와는 너무나도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주어 왔다. 국회가 연중 개회하여 있는 것도 아니고,그나마 개회하여 있는 동안에도 툭하면 여야간에 고함과 삿대질이 오가다가 급기야는 의사봉 쟁탈전으로 끝을 맺고 마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러다가도 여름이 되면 우리가 언제 싸웠느냐는듯이 여야가 합심하여 한창 휴가철인 외국에 국정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나가겠다고 하니 국민들로서는 이 나라에서 최고의 월급을 받으면서 국회의원들이 도대체 하는 일이 무엇이냐는 말을 할 만도 하다. 그런데 지금 우리경제는 너무나도 많은 어려움을 안고 있다.
우선 정부의 공약사업인 주택건설 2백만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분당과 평촌에 신도시 건설이 계속되고,이에 더하여 토지초과 이득세를 피하기 위한 사무실 건설이 늘어남에 따라 전반적으로 우리 경제내에서 건설경기가 지나치게 과열되어 있다. 이로인해 건설업계는 심각한 인력난과 건설 자재난에 시달리고 있으며 얼마전에 일어난 불량레미콘 사건도 결국은 이러한 과열현상의 한 부정적인 단면이라고 할수 있겠다. 더욱이 이러한일들은 단지 건설업계의 문제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실제로 인력난에 따른 임금의 상승과 자재난으로 인한 건설자재 가격의 상승은 경제전만에 물가불안을 야기 시키고 있다.
한편 신도시 건설에 투입되는 총 자원이 약 15조원으로 추산되고 있는데 이는 총통화 70조원의 거의 4분의 1에 해당되는 규모로서,이처럼 자원이 건설부문에 지나치게 집중됨으로써 경제내 타분야에서는 지금 자금부족 현상이 절정에 달해 금융시장에서는 소위 「4불문의 원칙」이라는 말이 생겨났다고 한다. 즉 자금이 부족하다보니 조금이라도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금액 불문,이자 불문,기간 불문,자금주를 불문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자금시장에서는 꺾기가 극성를 부리고 시중금리는 20%선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그밖에도 도로·항만 등의 사회간접 자본의 부족은 이미 지적되어 온지 오래이고,금년에는 발전용량의 부족으로 제한송전이 실시될지도 모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우리 경제의 여기저기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커져가고 있는 가운데 언론이나 학계에서는 나름대로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있는데 정작 국민의 대표들이 모인 국회에서는 이렇다할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물론 정부에서도 여러 방안을 제시하고는 있지만 정부내에서도 각 부서간의 이해상충과 관할 영역다툼으로 합의된 정책이 마련되지는 못하고 있고,또한 현재의 경제상황이 몇몇 경제관료나 특정 정당이 단독으로 만들어낸 정책으로 쉽게 호전될 성격이 아님을 생각할때 징기적 관점에서 국민 전체의 광범위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서 합리적인 정책방향이 결정되어야 할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국회 회기중에는 경제문제에 관한 청문회라도 한번 열어 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우리나라에서는 청문회라고 하면 흔히 13대 국회 초에 있었던 5공 비리 청문회를 연상하고 청문회가 비리를 수사하고 따지는 것으로만 잘못 인식되고 있는데 그 당시의 청문회는 외국의 경우 특별검사나 수사기관이 수행해야 할 일을 국회가 대신한 것이었다. 진정한 의미에서 청문회란 국회에 국회의원들과 관계 전문가,그리고 관련정부 관리들이 출석하여 각자의 의견을 제시하고 토론함으로써 국가의 장래를 위한 최선의 정책을 수립하고 이에 대해 국민들의 합의를 도출해가는 과정이라 하겠다.
따라서 이번 국회 회기중에는 경제 청문회를 열어 당면한 경제문제에 대한 광범위한 토론과 해결방안의 제시가 이루어 졌으면 한다. 과연 신도시 건설계획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이고,이것이 연기되여야 하는 것인지,아니면 계속 추진되어야 하는 것인지? 사회간접 자본에 대한 정부의 투자계획이 현실성이 있고 실현 가능한것이며 또 경제성은 있는 것인지? 제조업 경쟁력 강화방안이 제시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실제로 경쟁력이 회복될수 있는지? 앞으로 금융시장의 개방되는 경우 우리의 금융산업은 외국과는 경쟁에서 과연 살아남을 수 있으며 또한 증권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유통시장의 개방은 국내 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 우리 앞에 놓여져 있는 문제들은 이밖에도 얼마든지 많이 있다. 이번 국회 회기중에는 국회의원,정부관리,관계 전문가들이 모두 모여 토론의 장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합리적인 정책방향을 결정하는 경제 청문회를 열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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