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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과 국세와 강국장애/김경원 칼럼(기류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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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과 국세와 강국장애/김경원 칼럼(기류조류)

입력
1991.07.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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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대통령은 지난 7일 귀국성명에서 「이번 미국방문을 통해 한국의 통일에 외부적인 요인이 장애가 되던 시대는 지나갔다는 확신을 새로이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신문보도에 의하면 노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에게 「한반도의 평화통일여건을 주도적으로 조성하려는 한국의 노력을 미국이 지원국의 입장에서 적극 지지해 줄것」을 요망했고 부시대통령은 「미국은 통일문제를 남북한,한국인 스스로 해결하는 것을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한다.노대통령은 작년 12월 소련을 방문했을 때에도 고르바초프와 「한소관계의 발전이… 남북한의 통일을 위한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을 촉진한다」고 합의한바 있다. 동시에 고르바초프는 한국국민의 의지와 일치하는 평화적,민주적 방법으로 한반도문제가 해결되기를 희망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이것은 모두 다행하고 당연한 일이다. 우리 민족의 통일문제를 우리 스스로 해결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며,사실 주변 강대국들도 한반도의 통일을 반대하거나 간섭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한 나라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련학자 츄프린이 「계간사상」 91년 봄호에 기고한 글에서 지적한대로 한반도의 주변국가들이 「정말로 남북한의 통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하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주변 강대국들은 한반도가 통일되는 경우 지금보다 「훨씬 능동적 역할을 하게될 경제군사적 강국이 출현」할 것을 우려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뜻에서 다시 생각해 보면 노대통령의 발언은 「외부적인 요인」이 통일에 「장애」가 될수 있다는 사실을 전제하고 있으며,우방국가도 우리의 통일노력을 「지원국의 입장에서 적극지지」 하지 않을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다고 하겠다.

역사적으로 한 민족의 통일은 주변세력 균형과 밀접한 관련속에서 진행되어왔다. 7세기 신라의 3국통일도 신라가 당나라와 동맹을 맺고 백제편을 들었던 일본을 물리침으로써 이루어졌다.

이탈리아는 원래 「스스로 한다」(Italia fara da se)는 표어를 내걸었으나 카부르는 이것이 불가능함을 알고 프랑스와 비밀동맹을 맺은후 오스트리아와의 전쟁에서 이김으로써 이탈리아의 통일을 실현했다.

비스마르크의 독일 통일도 마찬가지였다. 1862년 재상에 오르기 직전에 비스마르크는 영국 런던의 어떤 만찬석상에서 디즈레일리에게 그의 독일통일계획을 이야기했는데,디즈레일리에 의하면 비스마르크는 「먼저 슐레스비히­홀스타인을 획득하기 위해 덴마크를 공격하고 오스트리아를 독일연방에서 축출한 다음 프랑스를 공격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비스마르크는 1871년 독일의 통일을 이룩하기까지 그가 말한대로 행동했다는 사실이다. 특히 덴마크를 공격할때는 오스트리아와 공동전선을 폈고 그 다음 오스트리아와 전쟁할때는 프랑스,영국,러시아가 모두 개입하지 않도록 사전에 외교적 조치를 취했으며,프랑스와의 전쟁에서도 프랑스가 먼저 선전포고를 하도록 유인한것을 보면 비스마르크가 얼마나 비상한 전략가였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오늘의 역사들 가운데는 비스마르크가 처음부터 일관된 계획에 따라 행동한것이 아니고 다분히 임기웅변적 이었으며 독일 통일보다는 프로이센의 세력확장을 우선적으로 추구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상황의 변동에 기민하게 대처함으로써 독일통일을 이룩한 사람은 헬무트·콜이다. 사실 독일 정치지도자들은 89년 가을의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는 통일을 실현하겠다는 현실성없는 약속은 하지도 않았다. 갑자기 세계공산주의가 무너지면서 독일통일이 가능해졌을 뿐만 아니라 사실상 불가피하게 되었을때 비로소 콜수상은 독일의 통일을 정책목표로 세우고 미국과 주변국가들에 통일 이후에도 독일은 위협적인 존재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신문보도에 의하면 이번 노대통령의 미국 방문중에 우리측은 2천년의 한국 GNP는 영국수준이 되면 통일한국의 인구는 영국,프랑스 보다 1천만이 많고 통일독일보다 1천만이 적다는 점을 여러차례 주지시켰다고 한다. 이것은 물론 독일통일 과정에서 서독정부가 취한 태도와는 매우 대조적인 것이다. 우리 정부가 미국 정부에 한반도의 통일이 지역세력 균형에 미치는 영향을 여러차례 강조했다는 보도를 다른 주변 국가들은 어떻게 해석하고 있을까?

역사는 한 민족의 통일은 주변국가들과의 관계로부터 분리될 수 없음을 말해주고 있다. 그 이유는 본질적으로 한민족의 통일국가 형성은 그 지역의 세력균형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우리 지역의 세력균형이 앞으로 어떻게 변해 갈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가를 냉철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각 주변강대국들의 한반도의 통일에 대한 이해관계가 무엇인가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드디어 냉전시대의 빙산이 녹아 내리고 있는 새시대를 맞이하여 우리는 막연한 외교적 언사나 정치적 수사학이 아닌 현실적인 통일전략을 세워야할 때가 왔다.<사회과학원장=전주미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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