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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된 「부정」/김승일 사회부기자(가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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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된 「부정」/김승일 사회부기자(가자의 눈)

입력
1991.07.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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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철아 잘 가그래이. 이 아부지는 아무 할말이 없대이』87년 1월 경찰의 물고문으로 숨진 아들을 화장하고 차가운 임진강 샛강에 재를 뿌리며 눈물을 삼켰던 고 박종철군의 아버지 박정기씨(62·유가협 부회장)는 7일 하오 특수 법정소동 협의로 구속되면서 눈물을 참기위해 입술을 굳게 깨물고 있었다.

『말리려고 했었는데…』 자책섞인 말을 다 잇지 못하고 수사관 2명에 이끌려 서울지검 서부지청 청사를 나서던 박씨는 비통한 모습으로 허공을 응시했다.

박씨에게 적용된 혐의 사실은 지난 4일 서울지법 서부지원에서 열린 강경대군 폭행치사 사건 첫 공판정에서 민가협·유가협 회원들과 함께 고함을 지르고 교도관의 얼굴을 부채로 때리고 법대를 향해 부채를 던졌다는 것.

박씨 등의 행동은 『법정소란 행위는 근절돼야 한다』는 검찰 법원 변호사회 등 「법조 3륜」의 일치된 목소리를 내게했고 급기야 5명이 구속대상자로 결정되는 사태를 불렀다.

아들이 숨지기전까지는 배수장의 관리인으로 평범하게 살아왔던 박씨는 5공의 물줄기를 바꾼 아들의 죽음을 계기로 시국의 격랑에 빠져 들었다.

다른 시국사건 피의자 가족·유가족들과 함께 시국사건 재판과 집회에 참석하면서 그 자신도 아들처럼 정부의 성토자가 됐던 것이다.

부당한 공권력의 횡포가 없어지기를 바라던 그의 기대와 달리 이한열·강경대군 등 억울한 죽음은 계속됐다.

시국사건 집회 등에서 박씨는 과격한 목소리를 자제하는 편이었으며 4일에도 다른 구속대상자들에 비해 가담정도가 경미했다는 것이 목격자들의 말이다.

박군 고문치사 사건 당시 서울지검장으로서 고문경관 수사를 총지휘했던 정구영 검찰총장도 박씨 구속을 결재하면서 상당히 고심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씨의 법정소란 행위는 「법의 권위」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점에서 용납될수 없는일일 것이다.

박씨는 결국 사겁을 차게됐지만 아직도 공권력의 횡포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잊혀져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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