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식」 지침 거부 “자율화 선언”/개인선호따른 「내정견제」도 작용8일 일제히 개원된 전국 15개 시도의회의 의장선거에서 민자·신민당이 사전에 내정한 일부 의장후보들이 탈락하고 「제3의 인물」 이 당선되는 이변이 속출했다.
민자당의 경우 대전·경기·충북 등 3곳에서,신민당은 광주시 의회에서 각각 내정후보가 쓴잔을 마시는 「집단항명파동」을 겪었다.
이같은 결과는 여야모두 예상치 못한데다 6공 후반기 정국운용과 더나아가서는 후계구도 향방에도 적지않은 파급효과를 미칠것으로 보여 그 배경과 파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광역의회 의장선거에서 이같은 「반발파동」이 일어난 것은 표면상으로는 중앙정치의 예속화를 거부한 지방정치의 자주선언이라는 측면도 있으나 내면적으로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는게 지배적인 견해이다.
첫째는 시도의회가 정당공천에 의해 이뤄졌지만 중앙당의 상의하달식 지배체제에 대한 현장에서의 거부감이 매우 강하다는 점이다.
민자·신민당은 광역의회 선거직후 소속의원은 물론 현지시도의원 당선자들의 의견을 무시한채 소수인사들의 이해관계에따라 「탁상후보」를 내정한 측면이 크다. 그결과 시도의원들의 반발이 잇따랐고 현지에선 중앙당의 「낙하산식」 의장선출 지침에 강한 불쾌감이 속출했었다.
특히 민자당의 이같은 비민주적인 발상은 광역의회선거 공천과정에서부터 많은 부작용을 낳았기때문에 의장선거에서의 「반발파동」도 같은 맥락에서 예견돼왔다.
단적인예가 선거 초반전부터 의장감으로 중앙당이 밀었던 특정인사가 선거에서 낙선한 경우이다. 대전의 이봉학씨,인천의 노창현,경북의 박권흠 전의원같은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둘째는 의장후보 내정과정에서 대부분 시도출신 지역구 의원들이 자신의 정치적 이해와 입지를 고려,특정 인사를 개인적 선호에 따라 밀었기 때문에 이에대한 반발과 견제심리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즉 당초 조성훈씨로 내정된 충북의 경우 2∼3명의 국회의원이 「연합지원」을 했고 부의장으로 내정된 박상호·김연권씨 「카드」도 조씨를 의장으로 미는 조건으로 일부 의원간에 내밀한 약속이 있었다는 것이다. 때문에 충북의 해당지역구 의원중 의장내정 과정에 관여치않은 것으로 알려진 청원(신경식) 출신의 한현구씨가 「어부지리」를 얻었다는 것이다.
경기도의 경우 영입케이스인 정한주 전노동장관을 경기출신 의원들의 반발에도 불구,중앙당이 밀어붙이기식으로 낙점을 해 결국 「무리수」를 자초했다고 볼수 있다. 특히 정씨가 경북(선산) 출신이라는 사실이 알레르기 반응으로 표출됐다는 것이다.
대전의 경우 민자당은 김석종씨를 내정했으나 소속의원 및 현지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지않은 결과,제3의 인물인 김두형씨가 당선됐다고 관측된다.
광주시 의회의 경우 신민당은 소속의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선거전부터 정담진씨를 「의장감」으로 내정했으나 의장선출 과정에서 재야출신 무소속의원들이 신민당 사전내락에 반발하고 김길씨를 집중지원,정씨를 탈락시키고 말았다.
셋째는 시도의회 의원들이 중앙통제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의회를 운영해 나가겠다는 민주화·자유화의 선언이라는 긍정적인 부분도 없지않다.
다시말해 광역의회선거 과정에서 정당공천으로 당선이됐지만 엄연히 임기(4년)가 보장돼있고 이들 대부분이 당의 힘보다는 자신들의 능력에 의해 당선됐다는 자부심을 지니고 있기때문에 시도의회 운영을 중앙당 통제권에 두려는 여야수뇌부의 의지에 반발하고 있는 측면이 크다.
여야는 이날 상오 일부 시도의회 의장선출 과정에서 「반란파동」이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채 진상파악 및 대책마련에 부산했다.
민자당은 일단 선거결과를 인정하겠다면서도 향후 시도의회운영에 미칠 예상치못할 파급효과를 우려하고 있다. 신민당도 한때 비상한 관심을 보였으나 광주의회 파동이 전남북으로 확산되지 않자 일단 안도했다.
민자당은 의장선출 파동에 애써 태연한 표정을 짓고있으나 이같은 사태가 총선 및 후계구도를 결정짓는 전당대회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고심 하고 있다. 특히 후계구도와 관련 제한적 경선형태의 지명 방식을 요구하고 있는 민주계와 자유경선 원칙을 표방하고 있는 민정·공화계측이 벌써부터 시도의회의장 파동을 놓고 미묘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조명구기자>조명구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