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년 쓰레기장 폐쇄… 6천여명 생계 “막막”/“생업 연고인정” 요청… 시선 “근거없다” 난색쓰레기를 뒤지고 흙을 덮으며 생계를 이어가는 6천여명의 난지도 사람들이 자활조직을 만들어 법인화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4월 크고 작은 10여개 파벌이 합쳐져 구성된 난지도 자활동우회(회장 오영민)는 난지도 쓰레기 종말처리장의 폐쇄가 93년으로 다가옴에 따라 이곳에서의 생업활동을 합법적으로 보장받기 위해 서울시 등에 법인인가를 내줄 것을 끈질기게 요청하고 있다.
동우회는 내년부터 난지도 복토작업이 구체화하면 대기업들이 뛰어들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보고 자신들의 연고를 인정해줄 것을 호소하고 있으나 서울시는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난색을 보여 회원들을 안타깝게 만든다. 전과자이거나 도시생활에서 밀려난 빈민들이 대부분인 회원들은 동우회가 결성된이후 난지도에 평화가 정착된 것을 내세우며 생업보장의 길이 열리기를 고대하고 있다.
난지도 자활동우회가 결성된 것은 이곳에서 반생을 보낸 오영태씨(52·쓰레기처리대행업·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가 5년여 동안 노력한 덕분. 오씨는 폭력과 비리가 끊이지 않는 것을 보고 이를 합리적으로 해결할 제도와 조직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한다.
쓰레기가 한겹 쌓이면 반드시 흙을 한겹 덮고 다시 쓰레기를 부려야 하게 돼있어 한달에 1천만원 이상의 수익이 걸린 흙매립권과 덤프트럭이 길안내를 둘러싼 폭력,칼부림이 잦았고 전과자 출신 재건대원들은 트럭운전사의 민원대상,경찰의 수사대상이었다.
74년부터 재건대 서대문 지부회장을 맡아 누구보다 전과자들을 잘 이해하는 오씨는 86년부터 중간보스급 2백33명을 설득,이들을 회원으로 동우회를 결성한뒤 서대문구 북가좌동 392의12 건물 2층에 50여평 규모의 사무실도 마련했다.
이어 정관을 만들고 원칙없이 받던 흙매립비를 2.5톤 트럭부터 15톤트럭까지 규모에 따라 3천∼5천원씩 받도록 공정가격을 정했으며 불도저 18대를 공동구입,운영하고 회계상황을 매달공개,회원들의 업무량에 따라 공정하게 분배했다. 그 결과 건축철인 5월에는 1인당 1백여만원씩 배당금이 돌아가기도 했다.
이제는 수입분배문제로 인한 칼부림이 없어졌고 1일 근무 2일 휴무제가 정착돼 회원들은 휴무일에는 쓰레기수거로 부수입도 올리고 있다.
6·25가 나던 50년 11세로 부산에서 단신상경한 오씨는 구걸하며 10대를 보낸뒤 74년부터 넝마주이를 돕는일에 앞장서왔다.
조직의 통폐합을 꾀하던 오씨는 공정분배에 불만을 품은 조직으로부터 여러차례 테러를 당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오씨는 동우회 회장직을 맡은 오영민씨,마포경찰서 보안과 권득룡경사 등의 도움을 받아 자활기반마련에 끝내 성공했다.
80년부터 난지도 자활근로대 지도관을 맡은 권경사는 문제가 생길때마다 중재에 나서 해결해주었다.
오씨는 자활동우회에 적립된 2억여원의 기금으로 탁아시설·장학회 등 복지사업을 꾀하고 있으나 생활이 힘든 사람들의 단합이 어려운데다 법적지위가 보장되지 않아 안타깝다고 한다. 오씨는 6천여명의 자활노력이 헛되지 않게 행정당국이 최소한의 배려를 해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원일희기자>원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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