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이래 처음으로 서울대학교가 직선제 총장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지성을 대표한다고 할수 있는 서울대총장의 자리는 하나의 대학을 이끌어간다는 통상적 역할뿐만 아니라,교육과 사회전반에 미치는 기능과 영향을 생각하면 사명이 막중하고 공인으로서의 직위가 예사롭지 않다. 비록 대학과 무관한 일반인도 거취에 관심이 쏠리게 마련이다.대학의 자율과 민주화는 오랜기간 진통과 시련을 겪어오면서,이제야 비로소 가동의 단계에 이르렀다고 할수 있다. 특히 국립대학의 총장직위는 형태만 조금씩 바뀌었을뿐 임명제를 고수함으로써 관제의 인상을 풍겨온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그로 인해 총장의 위치가 동요하고 권위가 손상당하는 불상사가 빚어지기도 했다.
첫 직선제로 선정될 19대 서울대총장의 선출은 3단계의 절차를 거치게 되어있다. 후보선정위원회가 학내에 따로 구성돼 예비후보 9명을 뽑았다. 여기서 5명으로 압축되고 전체교수들의 투표로 최종 2명이 가려져 교육부에 추천이 오른다. 본격적인 득표작업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총장선거전은 일부 사립대에서 과도기형이나마 이미 시행되어 낯설지가 않다.
이러한 직선제 선출방법은 유럽이나 미국의 대학과 비슷하다. 구미에선 대학에 따라 동창·학부모·지역대표까지 투표에 참가하나 우리로선 아직 그만한 단계에까지 이르지 못했다. 직선제가 앞으로 활착이 되면 그런 기대도 현실화 할것으로 전망된다.
예비후보로 확정된 9명의 얼굴은 모두가 서울대의 현직이나 전직교수들로 차이가 있다면 보직 경력 정도이고 유일하게 추천받은 외부인사도 사실상 서울대 가족의 일원이라 할수 있다. 자격을 놓고 보면 높낮음이나 흠결은 찾아 볼수가 없다고 할것이다.
우리가 주목하고 기대하고자 함은 이제부터의 선정과정이다. 민주의 기틀인 선거의 본보기를 이 기회에 한번 보고싶다는 심정이 간절하다. 최고의 대학답게 최고의 모범을 보여주기를 바라고 있다. 후보들은 스스로의 경륜을 밝히고 대학이 나가야할 진로를 명확하게 제시함이 바람직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교권의 확립일 것이다. 지금 교권에 대한 도전은 학내외로 심각하다. 주어지는 자율이 아니고 지키는 자율이 요망된다.
어차피 경쟁이므로 득표작업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다른 일반 선거와는 그 양상이 아주 달라야 한다. 비인격적인 대결은 애초에 배제되어야 할것이다. 대학인다운 높은 이상과 현실 타개의 합리적 방안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직선제의 참뜻은 살아난다. 이것이 바로 대학이 걷는 정도이다.
서울대총장 선출은 단순히 대학의 행사로 끝나지 않는다. 사회에 파급되는 결과가 적지않다. 대학은 국가와 사회발전의 척도 구실을 해야 한다. 대학의 위치는 날이 갈수록 높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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