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발족을 앞두고 내무부장관의 경찰에 대한 지휘·감독권한의 범위를 정하는 문제를 놓고 벌어졌던 내무부와 경찰의 대립이 일단 겉으로는 해소된것 같다. 사실 치안본부 체제가 경찰청으로 격상되는 것이 경찰의 본래 기능인 민생치안을 확립하는데 진일보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게 국민들의 솔직한 관심과 기대의 전부였다고 할것이다. 경찰청 발족이 경찰의 진정한 홀로서기(독립)라든가 정치적 중립까지를 단번에 가져다 줄수는 없을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당사자인 경찰도 누구보다도 이같은 현실을 더 잘알고 있을줄 안다. 그러나 이같은 국민적 기대나 판단과는 별상관이 없어 보이는 「지휘규칙내용 시안」을 둘러싸고 야기됐던 갈등의 전말을 지켜보면서 경찰이 언젠가는 이룩해야할 진정한 독립과 정치적 중립을 가로막는 진짜 요체가 외부 아닌 내부에 도사리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것을 느낀 국민들이 적지 않으리라고 보여져 뒤끝이 개운치가 않다.
이번과 같은 경찰내부의 여론이 차라리 경찰법제정 과정에서 활발하게 개진됐었더라면 하는 때늦은 아쉬움마저 느낀다. 지난봄 임시국회에서 여당단독으로 통과시킨 경찰법은 내무부장관의 보조기관인 현재의 치안본부를 장관직속의 외청인 경찰청으로 지휘를 약간 격상시켜 놓은 것 외에는,권력구조상이나 정치적으로 경찰의 위상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내용이 없었던 것이다. 그때는 별말이 없던 경찰이 「지휘규칙」 제정에는 항명성 집단행동까지 보이며 거센 반발을 한것은 경찰청발족에 거는 기대가 「과잉한것」이었다든가,아니면 차제에 「우리몫은 찾자」는 집단이기심의 발로였을 것으로 짐작이 가기도 한다.
물론 내무부가 잘했다는 말은 아니다. 경찰법에 지휘감독과 통제의 권한을 보장받고 있으면서 「지휘규칙」 제정을 명분으로 「경찰은 우리품안」에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내보인 자세와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설령 이번 파동에서 경찰이 「판정승」을 했다해서 얻은것이 많다고 볼수있을까. 우리의 대답은 그렇지가 못하다. 상위직급을 너무많이 만들어 놓았고,민생치안부서는 나아진것이 없도록 짜놓았다는 경찰청 직제시안은 관심이 「염불보다는 잿밥」에 가있는게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갖게도 한다.
13만인력을 포용하는 경찰을 단일조직으로 독립화하는데는 아직은 미덥지 않다는 국민들도 적지 않다. 검찰·안기부·기무사 등이 보는 경찰에 대한 경쟁 또는 견제심리와 다른차원에서 하는 염려이다. 이번 파동의 충동성은 사려깊은 국민들의 그러한 염려를 더욱 짙게 한 측면도 있다는 것을 경찰은 알아야할 것이다.
경찰청발족이 진정한 경찰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을 보장해주기에는 필요충분조건에 너무나 미흡하다는 것도 안다. 그러나 그 발족이 「권력의 시녀」란 오명을 씻고 국민의 평에 서는 민주경찰로 일대전환하는 계기로 삼아 치안서비스기능을 보다 충실히 하고 경찰내부의 자질을 향상시키는 새로운 출발점이 되기에는 충분하다고 믿는다. 13만 경찰이 경찰청과 함께 다시 태어난다는 각오로 임하고 노력해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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