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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로로­cAMP/이병일 편집부국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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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로로­cAMP/이병일 편집부국장(메아리)

입력
1991.07.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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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4일 이틀간 한국일보 생활부의 전화벨이 끊임없이 울어댔다. 하나같이 3일자 한국일보 2면에 보도된 「재미 조윤상 박사 암퇴치 화학물질 8클로로­cAMP 개발」 기사를 읽고 조박사의 연락처 등을 묻는 전화였다,『손자가 다 죽어가는데 조박사를 만날수 없겠느냐』 『아이가 실험대상이 돼도 좋으니 조박사를 따라 미국에 갈 방법이 없느냐』 『여기는 창원이다. 조박사에게서 그 물질를 구할수 없겠느냐』는 등 절박한 목소리의 연속이었다.

50대의 한 아주머니는 3일자 한국일보를 둘둘말아 손에 꼭 쥐고 신문사로 달려오기도 했다. 한눈에 몸의 불편함이 드러나는 이 아주머니는 『병원에서 달려왔다』며 조박사를 어디에 가면 만날수 있느냐고 힘없이 물었다.

쉴새없이 걸려오는 같은 내용의 전화에 이렇게도 우리 주위에 암환자가 많은가 하고 새삼 느끼며 안타까움을 감출수 없었다. 「심포지엄이 열리고 있는 롯데월드로 연락하면 조박사와 접촉이 될수 있다고 알려주면서 『그 화학물질이 실용화 되려면 2∼3년이 걸릴지 모른다』는 조박사의 말을 겉들이면 모두가 힘없이 수화기를 놓곤했다.

조박사는 신문에 관계 기사가 실린 3일부터 밀려드는 전화와 방문객으로 회의에 참석하기 어려울만큼 바쁜 시간을 보냈으리란 것은 어렵지 않게짐작할 수 있다.

연이틀 계속해서 울리는 전화벨 소리는 마치 암이 우리의 삶에 깊숙이 파고들고 있음을 알리는 경고의 소리처럼 들렸다. 우연히도 조박사의 연구발표가 보도된 3일자 한국일보 24면에는 「초원의 집」 「보난자」 등 인기TV 드라마로 안방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미국 배우 마이클·랜든(54)이 간암과 췌장암으로 사망했다는 기사가 실려 있었다. 친근감이 가는 얼굴에 건장한 몸집을 자랑했던 그는 암을 선고받은후인 지난 4월5일 기자회견을 갖고 『식이요법 등으로 암을 멋지게 극복해 보이겠다』고 밝은 목소리로 다짐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쓰러져 암의 무서움을 다시 일깨워 주었다.

그는 라이프지는 6월호에 기고한 글에서 『만약 이기지 못해도 최후에 정말 잘싸웠다는 생각만은 하고 싶다』고 굳건한 투지에도 불구하고 암과의 싸움이 여의치 않은 안타까움을 비치기도 했었다.

이젠 암은 어른만을 데려가는 병이 아니다. 어린이 세계까지 발을 넓혀가고 있어 그 심각함이 더해가고 있다.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지난 87년부터 90년 7월까지 서울대 소아병원에 내원한 어린이 암환자(15세 이하)는 모두 5백78명으로 연평균 1백65명이나 됐다. 이는 67년∼86년까지의 연평균 84명에 비해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종류별로는 백혈병이 2백62명으로 전체의 45.3%를 차지하고 그 다음이 신경아세포증 53명 림포종 49명 뇌종양 48명의 순이었다.

이처럼 암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 공격하는 상황에서 조박사의 「암퇴치의 가능성을 안겨주는 듯한 새화학물질 개발발표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암환자는 물론 우리 모두에게 기대감을 갖게한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앞으로 연구결과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정말 기대해도 될까』하는 방정맞은 생각이 들어 이같은 발표는 좀 신중했으면하는 아쉬움도 있다. 생명 시한이 이틀밖에 남지 않은 유방암 환자에게 개발한 새화학물질을 투여한 결과 회복기미가 보인다는 중간 발표로 보면 이러한 의구심은 커다란 잘못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는 암정복에 서광이 비쳤다거나,걸핏하면 세계 최초의 발명·발견이라고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후 결과가 감감 무소식이된 사례를 너무나 많이 보아왔다. 이번에 개발된 화학물질 「8클로로­cAMP」도 하나의 발표로 그치지 않고 드디어 암정복이란 환희의 전화벨 소리로 이어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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