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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 출감 조역 수감/정치적비리 단죄의지 어디갔나(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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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 출감 조역 수감/정치적비리 단죄의지 어디갔나(사설)

입력
1991.07.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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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서사건에 관한 1심양형은 산술적 균형을 잡으려고한 흔적이 보인다. 실형을 선고받은 3명이 청와대 비서관,여야의원 각각 1명씩이고,집행유예를 받은 사람도 공무원과 여야가 공평하게 끼였다. 절충선이 잘맞아 떨어진 듯한 인상이다. 당초 수사때부터 여야를 골고루 망라한 구속범위를 보였던점에 미루어 수서사건은 세상을 떠들썩하게한 정치적사건 치고는 매우 매끄러운 사법적 마무리를 지은 재판의 모델로 기록될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뒤집어보면 맹랑하다는 느낌이 든다. 공소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관련피고인 3분의 2에게 형의 집행을 과감하게 유예해준 것은 사건성격에 비추어 지나치게 관대한 처분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고 검찰의 법정최저형 구형에 맞추듯 법원의 양형도 단죄의지가 미약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수서사건을 계획하고 추진하고,공소장에 나타난것만해도 10억원 이상의 뇌물을 뿌려 수서택지 분양을 복마전으로 만들면서 청와대,국회는 물론 사회전체를 흔들어 놓은 주역인 정태수 한보그룹 회장은 감옥을 빠져 나간 것이다.

이것은 쉽게말해 주범은 풀리고 공범이나 종범만 엄벌을 받는 경우처럼 국민의 법감정에 맞아 떨어지지 않는 부분이다. 공무원에 대한 뇌물사건에선 여러가지 이유로 돈을 준 업자는 불구속처리되는게 관례지만 수서사건은 다르다. 국회의원이나 공무원은 주체가 아니라 이용물에 불과했던 것임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사실 국민들은 그 방대하고 복잡한 사업에 청와대비서관 한사람이 배후일 수 있겠느냐는 점에서 수사단계부터 선고공판까지 관심있게 지켜보았으나 외압설은 더이상 새사실이 나온게 없다. 각종 비리의 온상이라 할수있는 한보의 비자금 내막도 더 밝혀진 것이 없다. 핵심의혹은 미궁에 빠진채 1심이 끝난 것이다. 말하자면 단순 독직사건처럼 변질이 돼버렸다.

이 사건은 6공정부의 정치적 비리에 대한 단죄의지를 다시 생각케 한다. 그렇지 않아도 공천부정수사가 이미 「물건너 간것」이라는 인상이 짙은 시점이니 만큼 더욱 그러하다. 공천부정과 관련돼 구속됐던 민자당의원은 출감했고 신민당 S의원에 대해서는 조사도 하기전에 불구속기소설이 나돌고 있으며 K의원 경우는 여야사무실 총장회담직후 「구명이 되었다」는 보도까지 나오고 있다. 이렇게 정치적 흥정으로 비리를 호도하는 결과를 빚는다면 국법의 권위는 어디에 설수 있을 것인가. 국민에게만 법을 지키라고 하고 반정부세력에게만 엄격하게 형벌권을 발동하겠다는 것인가.

노태우대통령은 지금 집권이래 가장 안정기를 맞았다. 이유야 어떻든 기초·광역선거에서의 압승과 성공적인 방미가 후반기 누수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다. 하지만 그 안정기조는 생각만큼 그렇게 단단하지 않을수도 있다. 때문에 사회기강의 확립문제는 계속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처럼 자의적인 법운용이나 불공정·불평등한 법적용을 하는 경우 진정한 의미의 기강이 서기 어렵다.

지금 국민들은 6공의 5공비리 청산실적을 잘 기억하고 있다. 소리높여 단죄를 외쳤으나 3년이 지난뒤 수감돼 있는 사람은 하나도 없는게 현실이다. 정치적 비리에 관한 정부의 척결의지의 실종은 지금 국민의 지탄대상이 되어가고 있음을 알아 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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