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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고 짓누르는 주변국 이해다툼(터지는 화약고 발칸반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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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고 짓누르는 주변국 이해다툼(터지는 화약고 발칸반도:하)

입력
1991.07.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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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유럽국의 알력/미등 “안정” 독·오 “자결권” 명분논쟁/“게르만 다시 대두” “자결부정” 공방도/열강 「신질서」 싸움터로세계의 다민족국가 중에서도 유례없는 「기형국가」 유고를 두 차례에 걸쳐 거듭 만든것은 유럽의 전통적인 「세력균형」 정치였다. 1차대전 승전국들은 오스트리아 제국을 약화시키고 독일 등 게르만의 세력권을 제한하고자 했다. 2차대전후 미국과 서유럽은 소련의 유럽 중남부 진출을 유고에서 저지하려 했다.

이처럼 취약한 존립기반을 가진 유고연방을 지탱해온것은 강력한 통치와 비동맹 노선으로 국가존립 기반을 유지한 티토의 카리스마와 냉전의 그늘이었다.

티토사후 이 기반은 허물어지고 있었으나 미국과 서유럽은 대소완충의 붕괴를 막기위해 세르비아가 공산주의 억압체제를 강화하고 있던 유고를 경제적으로 지원했다.

냉전종식에 따른 동구권의 대변혁에 환호했던 서유럽과 미국은 공산주의 권위에 억눌렸던 유고의 민족주의가 분출할것을 우려해 왔다. 민족간 분규가 무력대결로 치닫거나 연방이 해체될 경우 이 지역의 숱한 소수 민족문제까지 얽혀 걷잡을수 없는 혼란을 빚을것이란 경고가 잇달았다.

그러나 이같은 서방의 우려와 경고뒤에는 유고의 현상 변경이 질서개편기 유럽의 세력균형에 영향을 미칠것이란 현실 정치적 판단이 도사리고 있었다.

독립을 선언한 슬로베니아,크로아티아가 과거 오스트리아­독일의 세력권에 있었고,지금도 끈끈한 유대의식을 이어 오고 있음을 상기하면 이 지적은 설득력을 갖는다. 지난 70년대말 슈트라우스 독일 바이에른주 총리가 슬로베니아와의 「알프스­아드리아 지역연맹」을 주장했던 사실을 서유럽은 기억하고 있다. 유고 사태가 위기로 치닫고 있던 지난달 17일 EC는 유고연방에 대해 10억달러의 경제지원을 약속,연방주도 세력인 세르비아의 입장을 강화시켜 주었다. 베이커 미 국무장관은 21일 전격적으로 연방 수도겸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를 방문,「독립 불인정」을 천명했다.

EC와 미국은 유고연방 존속을 지지하는 명분으로 「평화적 해결」과 「지역안정」을 내세웠다. 슬로베니아 등의 자결권은 외면한채,전 유럽안보협력회의(CSCE)가 천명한 「국가주권 및 기존 국경존중」 원칙을 내세웠다.

세르비아가 주도하는 유고연방군의 무력 행사로 위기가 폭발하자 미국과 서유럽의 현실 정치적 자세가 세르비아를 부추겼다는 비난이 높게 일었다. 폴란드의 권위지 레스포스폴리타지는 『국가간에는 이해관계가 있을뿐』이란 처칠의 비탄을 상기시켰다.

주목되는 것은 특히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거센 비판이 제기된 사실이다. 독일언론들은 일제히 미국과 서유럽의 현실 외교를 공격하며,『베이커가 무력사용을 지지했다』는 주장마저 전했다.

오스트리아의 권위지 디프레세지는 『인권,자유,자결,반공을 외쳐온 미국은 과연 진정 이상을 갖고 있는가』라고 미국을 주표적으로 삼았다.

독일 의회도 집권 기민당이 앞장서서 독일의 겐셔장관을 비롯한 EC 외무장관들의 「현상유지」 자세를 신랄히 성토했다.

이같은 여론의 공세와 함께 독일은 갑자기 독자적 이니셔티브를 취하기 시작했다. 겐셔장관은 CSCE 외무장관회의 의장 자격으로 슬로베니아 방문을 발표했다가 전투 재발로 오스트리아에서 쿠찬 슬로베니아 대통령과 회동했다. 야당 사민당의 간젤 부의장 등은 슬로베니아 지지의 표시로 현지로 달려갔다.

오스트리아 정부도 가장 먼저 독립지지 의사를 밝히고,세르비아 성토에 앞장서고 있다.

이 독­오스트리아의 적극 외교자세와 여론에 서유럽 국가들은 경계를 나타내고 있다 독일이 EC의 노선을 벗어나 오스트리아와 보조를 함께하고 있는 것을 「게르만 블록」의 부활조짐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프랑스의 반응은 예민하다. 프랑스 외무부 주변에서는 합스부르크 제국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독­오스트리아­슬로베니아의 독일어 세력권이 다시 대두하는 것을 벌써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르 몽드지는 『독일­슬로베니아,크로아티아의 보호세력』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통일 독일은 이제 과거의 컴플렉스를 벗고 역사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이 지역에서의 역할확대를 시도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프랑스 공산당 기관지 뤼마니테는 한걸음 더 나아가 『독일은 이 지역의 주도권 장악을 위해 분쟁을 격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유고사태를 둘러싸고 지금 유럽은 민족자결권 존중을 주장하는 독­오스트리아와,현상 유지를 노리는 미국 및 다른 서유럽 진영으로 갈려 치열할 명분 논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이 논쟁은 기실 냉전종식과 독일 통일 등에 따른 유럽질서 개편을 둘러싼 이해다툼이다.

유럽의 화약고 발칸을 폭발 시킨것은 언제난 주변강국들의 이해 다툼이었다. 이 유럽의 정치논리는 지금도 유고사태 해결을 한층 복잡하고 어렵게 몰아가고 있다.<베를린=강병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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