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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성 비리」 규정… 단죄에 한계/1심선고 끝난 「수서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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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성 비리」 규정… 단죄에 한계/1심선고 끝난 「수서사건」

입력
1991.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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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압여부」등 적극판단 안해/「관행」 제재불구 “지나친 정상참작” 지적「6공 최대비리」로 연초 정국을 강타했던 수서지구택지 특혜공급사건 1심 재판에서 피고인 9명 전원에게 유죄판결이 내려졌으나 사건의 본질이 일과성 뇌물수수로 결론지어짐으로써 사법적 단죄의지가 미약하다는 국민들의 지적을 면키 어렵게 됐다.

그동안의 심리과정에서 ▲청와대 개입설 ▲한보의 여야 정치자금 제공설 ▲한보의 비자금 조성여부와 그 규모 등은 국민들의 의혹과 달리 수면하에 묻혔었다. 또 재판부가 공소사실과 직접 관련없는 의혹의 실시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판단하지 않는 점을 감안할 때 선고 내용은 기소단계에서부터 어느정도 예견됐다고 할수 있다.

수사주체인 검찰은 국민들의 「성역없는 수사」 요구와 달리 사건의 성격을 「한보 정태수 회장과 주택조합 관계자들이 공모,국회·건설부·청와대 등 관계기관에 금품을 살포한 전형적 뇌물사건」으로 한정,외압 등 의혹규명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은채 수사를 마무리해 법원에 기소했었다.

이에따라 「불고불리」 원칙에 근거,공소사실에 국한된 유·무죄 심리를 할 수밖에 없는 법정에서는 비리실체의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한보측이 제공한 로비자금」의 성격규정만이 법률적 쟁점으로 떠올랐었다.

즉 한보측이 제공한 돈의 성격을 놓고 『수서택지 특혜공급과 관련없는 정치자금·후원금』이라는 변호인·피고인 주장과 『직무와 관련된 명백한 뇌물』이라는 검찰측 주장이 맞서왔을뿐 비리의 뿌리를 파헤치려는 심리는 진행되지 못했다.

특히 재판과정에서 피고인들의 「폭탄선언」이 없었던데다 변호인이 신청한 홍성철 전 청와대 비서실장,고건·박세직 전 서울시장 등 증인 19명이 재판부에 의해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거나 해외출장 등을 이유로 불출석했던 점도 실체적 진실발견의 장애요인이 됐다.

다만 재판부는 『수서청원의 시기와 금품수수경위,의원활동 등 제반 사정을 살펴볼때 피고인들이 받은 돈은 의례적 정치자금이 아니라 포괄적인 직무와 관련된 뇌물에 해당한다』며 변호인의 주장을 배척,국회의원 등 사회지도층의 뇌물성 금품수수 관행에 철퇴를 가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특힝 재판부는 『수서민원은 청와대 행정비서관실의 직무범위내인 건설부·서울시 소관업무여서 장병조 전 청와대 문화체육담당비서관의 직무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는 변호인주장에 대해 『뇌물죄에 있어서의 직무는 법령상 직무뿐 아니라 사무분담에 따라 현실적으로 담당하지 않는 직무라해도 법령상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하는 일체의 직무라고 새겨야 한다』며 직무관련성을 폭넓게 해석,유죄판결을 내렸다.

재판부가 로비자금의 성격규정 못지않게 고심했던 부분은 양형문제.

우선 수서택지 공급을 주도했고 수뢰액수가 2억∼4억6천만원으로 고액인 이원배·이태섭 의원과 장병조 전 청와대 비서관에게는 예상대로 징역 5∼6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특히 금품수수사실 자체를 완강히 부인한 장전비서관의 경우 수표 등 물증이 없어 재판부의 판단이 주목됐으나 결국 검찰에서 작성한 진술조서,1회공판전 열린 정회장에 대한 증인신문의 임의성과 신빙성이 참작돼 실형이 선고됐다.

또 장전비서관측이 뇌물을 개별적으로 받았다는 점을 들어 형량이 가벼운 실체적 경합범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한데 대해서도 『수서지구 택지분양을 위해 일정기간 뇌물수수를 반복해 왔다』고 포괄일죄로 처벌,엄단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정태수회장 등 나머지 피고인 6명에 대해서는 훈장수여·장기간의 공직생활·의정활동을 통한 국가발전 기여 등 지나치게 정상을 참작,모두 집행유예를 선고함으로서 관용일변도의 자세를 취했다.

피고인들에 대한 대거 집행유예,석방은 검찰이 결심단계에서 법정최저형을 구형한데서 충분히 예견됐지만 사법부의 단죄의지 미약이라는 지적을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형을 선고받은 3명은 당분간 구속상태에서 2·3심 절차를 밟게 되겠지만 항소심 과정에서 보석으로 풀려날 개연성이 높다.

설사 구속상태로 항소심 심리기간 4개월을 채우더라도 대법원 확정판결은 내년 4월까지 내려지게돼 92년 4월24일까지의 의원임기는 거의 채우리라는 관측이다.

또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의원들도 항소심단계에서 실형선고자와 분리심리를 요청해 받아들여질 경우 불구속재판은 심리기간이 한정되지 않는 소송관행에 따라 국회의원의 신분을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수서사건은 정치적 수사와 정치적 재판을 거치는 과정에서 국민들의 의혹과 궁금증을 풀지못한채 미궁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커졌다.<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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