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 본지특약 7월8일자/전정치국원 절반 반역 혐의로 조사/정부군간부 대부분 실직 생계 막연/크렌츠 “차별 계속땐 통일요원” 경고베를린 알렉산더광장 한켠에 서있는 마르크스엥겔스 기념비 하단에는 누군가가 백묵으로 『다음번에는 더 잘하겠다』고 쓴 문구가 적혀 있다. 또 『우리는 죄가 없어요』라는 낙서 옆에는 아예 『실업자구제 사무실에서 만납시다』라는 냉소 섞인 글도 씌어 있다.
한때 당원 2백30만명에 독일 민주공화국(동독)의 모든 정치·군부·관료 엘리트와 지성그룹을 망라했던 공산당의 거대한 조직은 대체 어디로 갔는가.
「민주사회주의당」으로 이름을 바꾸어 재탄생한 공산당은 이제 골수 조직원들 이었던 2만5천여명의 추종세력만이 남았다. 한 관측통은 이들이 그래도 손상된 코트를 쉽사리 버리지 못하는것 마냥 자신들의 사회주의 꿈을 떨쳐버리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후 「아우스그렌중」으로 일컫는 구공산관료와 비밀 경찰 슈타시에 대한 차별 정책으로 대부분이 실직 상태임에도 당에 대한 충성은 변함이 없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현재 이들을 이끌 지도자는 없다. 공산당 서기장겸 국가 수반이었던 에리히·호네커는 소련에 의해 채어가다시피해 모스크바 인근 군병원에 수용돼있다.
살해 혐의로 기소된 상태이지만 78세의 고령인데다 암에 걸린 것으로 알려져 재판정에 설수 있을지 조차 의문이다. 전 국가안보장관겸 슈타시 총책이었던 에리히·밀케(83) 역시 비슷한 처지다.
26명의 정치국원 가운데 거의 절반은 권력 남용·부패 그리고 반역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하지만 동독 체제하에서 저지른 「범죄」에 대한 법적용 논쟁과 사라진 증거들로 인해 재판은 미진하게 진행되고 있다.
1백30억달러의 국고를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는 샬크·고로드코프스키가 서독으로 망명하자 수톤에 이르는 문서들이 모두 파기됐기 때문이다.
다른 당지도부들도 죄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 당기관지 노이에스 도이칠란트의 편집장이던 권터·샤보브스키는 최근 시상수국의 하위직에 내몰리는 수모를 당했다. 그는 그래도 베를린의 그랜드호텔에서 접시를 닦고 있는 동료보다는 행복한 편이다.
전 인민군 소장이었던 베르너·후브너는 동독군의 모든 장성이 통일 전날 군복을 벗었다고 말했다. 구체제 아래에서 특별지위에 있던 사람에 대한 연금감축안에 따라 이제 그는 살길마저 막연해졌다. 『누구보다 국가를 위해 헌신했는데 너무 불공평하다』고 말한 그는 현재 4층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 난방을 위해 석탄을 손수 져나르고 있다.
일부 통역관과 행정요원을 제외한 2천5백여명의 외교관들도 모두 해고됐다.
동료들의 세일즈·보험·은행업 전직과 재교육을 돕고 있는 전직 외교관 협회 부회장인 헤르만·슈베사우 전 핀란드 주재 대사는 『엄청난 국력의 낭비』라고 꼬집었다.
수년간에 걸쳐 특별 관계를 일구고 동서독을 통틀어 최고의 전문가가된 전 몽골대사도 집에만 있는 현실이라고 그는 말했다.
물론 당조직원 모두가 비참해진것은 아니다. 통일후에도 크게 성공한 사람들도 있다.
공산주의와 결별한 「민주사회주의당」은 전 동독지역의 5개주에서 가장 큰 정치조직으로 남아있다.
지난 89년 50일간의 격동기에 호네커를 이어 당을 이끌었던 에곤·크렌츠는 『2백30만 당원 모두가 악당은 아니다』라며 『만일 독일이 이들을 「아우스그렌중」 대상으로만 상대한다면 평화적 통일은 요원하다』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