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을 응징하는 걸프전이 벌어졌을때 미국의 위력은 대단했다. 유엔이라는 국제기구를 통해 유럽을 비롯한 여러국가들을 동원하는 외교역량도 놀라웠지만 무엇보다도 다국적군에서 차지하는 막강한 군사력과 각종 첨단무기들은 전세계를 압도하고도 남을만 했다.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해온 초강대국 소련도 아무 소리없이 침묵을 지켜야했고,경제대국으로 이름난 일본의 존재는 자위대파병 논란으로 더 납작해 보였다.미국과 「대등한 동반자」 관계를 부르짖어온 한국으로선 밀려오는 왜소감에 부끄러움까지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외교적 수사로나 「대등한 동반자」이지 실세면에서는 아무래도 실감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워낙 오랫동안 미국의 도움을 받아온 처지여서 더욱 공감이 가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사실 지난 40여년간의 한·미관계는 후원자수혜자의 관계였었다. 50년대의 한국동란 참전과 전후복구원조,60년대의 안보협력체제 확립과 개발제협력,70년대의 교역기반강화에 이르기까지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많은 신세를 졌다. 그러다가 80년대에 들어 한국의 비약적 경제발전으로 양국이 서로 중요한 경제 파트너가 되면서 「새로운 차원의 동반자」 관계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81년 전두환 대통령의 방미를 계기로 처음나온 이 말은 88년 제6공화국 출범이후 한국의 민주화 진전에 따라 「성숙된 동반자」 관계란말로 바뀌어져 갔다.
이번 노태우 대통령의 방미를 맞아 워싱턴에서는 「영속적 동반자」 관계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남북이 통일된후에도 동반자관계를 지속하자는 다짐이고 21세기를 향한 한·미관계의 청사진으로 제시되고 있는것같다. 한·미양측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21세기를 내다보는 공동보조」 「한반도 평화통일 공동노력」 「통일이후까지도 외교 경제 안보분야의 영속적 동반자구축」이란 말들을 새로 동원하고 있는게 특히 눈에 뛴다. 특히 「통일이후의 동반자관계」까지 다짐한 조항은 북한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수 없는 대목이어서 신경이 쓰인다.
이쯤되고보면 동반자관계라는 것도 이제 올데까지 온것 같은 생각이 된다. 어느정도 대등한 수준에까지 이른 동반자관계이냐가 문제일 뿐이다.
양국은 그동안 한국의 경제성장과 정치발전에 따라 후원자수혜자의 관계를 대등한 동반자관계로 전환시키기 위해 단계적으로 여러조치를 취해왔었다.
1970년 미국의 대한 경제원조 중단을 비롯하여,81년의 대한 군사원조의 중단,87년 대한 군사판매차관 중단 등이 그것들이다. 한·미간 무역에서 한국측의 흑자로 전환한 83년이 경제적으로는 큰 계기가 만들었다.
90년말 현재 양국의 교역량은 3백63억달러에 이르고 있다. 한국은 미국의 7대 교역 상대국이고 90년에는 24억달러의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미국은 한국의 제1수출시장으로 한국 총수출의 약 30%(1백93억달러) 총수입의 24%(1백69억달러)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군사적인 면에서는 미국주도의 한국 방위개념을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미국은 지원적 역할을 담당하고 미국은 지원적 역할을 한다』는 개념으로 바꾸기로 합의한 90년이 대등한 동반자 관계로 가는 길목이 되었다. 이번에 워싱턴에서 한·미정상이 통일문제에서 한국이 주도하고 미국이 지원하기로 했다는 대목도 동반자 관계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것같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