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혜선여사 2일 77세로 별세/6·25때 남하… 「고향맛」 지키며 실향민의 대모로/어두운곳 찾아다니며 온정… 장학사업에 몰두본고장 함흥냉면 맛을 지키면서 평생을 이웃을 위해 봉사하며 살아온 「오장동 함흥냉면집」(서울 중구 오장동 90) 한혜선 할머니가 고혈압 당뇨로 지난 2일 상오5시20분 별세했다. 향년 77세.
51년 1·4후퇴때 고향인 함남 흥남시에서 남편 문회덕씨(73년 사망)와 함께 두딸을 데리고 월남한 한씨는 거제에서 피란생활을 하다 54년 상경,청계천 평화시장 부근에서 천막을 치고 생계수단으로 냉면을 말아 팔기 시작했다. 같은해 중구 오장동의 마른내길 언저리로 옮긴뒤부터 한씨의 냉면집은 37년동안 이북이 고향인 사람들의 향수를 달래주었고 이남이 고향인 사람들에게도 맛깔스러운 별식을 제공해왔다.
어려서부터 즐겨먹고 부엌일을 익히면서 체득한 한씨의 냉면맛은 이내 최고라는 평판을 얻어 사업은 순조롭게 자라잡혔으나 한씨는 실향민으로서의 허전함과 서러움이 지워지지않아 늘 이웃을 위해 봉사할 기회를 찾으면 생활했다.
어려운 이웃이 눈에 띌때마다 다른 사람들이 알지못하게 도와주었던 한씨는 지역사회의 숙원사업에 늘 찬조금을 내는 유지였고 단골인 연예인들과 함께 10여차례 군부대 위문을 하거나 연말연시 고아원·양로원 위문을 잊지 않았으며 불우청소년들을 집으로 데려와 친자식처럼 돌봐주었다.
또 흥남시 장학회 이사로 체계적 장학사업도 벌여왔으나 본인과 가족들이 생전에는 물론 사후에도 일절 공개를 하지않아 정확히 알수없으며 빈소인 중구 신당2동 414의1 자택에 있는 1백여개의 감사패가 온정의 사연을 간접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남편을 여읜뒤 서울에서 낳은 성준씨(37) 형제 등 2남2녀와 함께 냉면집을 꾸려오면서 한씨는 요식업 종사자들의 권익보호에도 앞장선 요식업계의 대모였다. 일단 한씨집에 발을 들여놓은 종업원들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한 나가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씨의 냉면집이 전국적으로 유명해지면서 주변에 비슷한 냉면집이 5곳이나 생겨나 이 일대는 「오장동 함흥냉면 골목」이라는 이름까지 얻었다.
함경도 출신 실향민들은 경사가 있을때마다 으레 이곳에 모이고 계나 친목모임을 통해 안부를 나누며 향수를 달래는 등 이곳을 사랑방으로 이용해왔다.
한씨는 이곳에 모이는 실향민들의 집안 대소사를 거드는 정신적 지주역할까지 해왔다.
사망사실이 알려지자 빈소에는 박준병 민자당의원,김경환 명동상가번영회장,정영섭 중구청장,성희구 중부경찰서장을 비롯한 각계각층 인사들의 조문과 조화가 줄을 이었다.
장례는 4일 상오6시 자택에서 한씨가 다녔던 제일교회 신도들의 영결예배로 발인,상오7시께 냉면집앞에서 실향민들의 간소한 노제가 열릴 예정이다. 장지 이천군 모가면 경리 가족묘지. 연락처는 2529819.<신윤석기자>신윤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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