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낮 서울시경 지하 2층 조사실에서 5척단구의 왜소한 중년남자가 여느 형사피의자와 달리 고개를 곧추세운채 사진기자들의 플래시 세레를 맞받았다.강간피의자로서는 이례적으로 오이온씨(43·서울 관악구 봉천11동)가 사진취재까지 당한 이유는 대학에서 강의할 수준의 인물치고는 워낙 범행수법이 추악한 때문.
오씨는 87년 2월부터 서울의 모명문여대 언어교육원 영어강사로 있으면서 그해 12월 이 대학 3년생인 수강생 유모양(당시 19세)을 개인교습을 해주겠다며 집으로 유인,마구 때리고 강제폭행한뒤 이를 빌미로 철저하게 유양을 유린해왔다.
온몸을 테이프로 묶고 온갖 치욕스런 자세를 강요해 촬영한 수십장의 사진은 유양을 옭아매는 무기가 됐다.
학교와 신문사에 사진을 공개하겠다는 위협때문에 졸업때까지 끊임없이 성폭행을 당한 유양은 지난해 7월 달아나듯 호주로 유학을 갔으나 『돌아오지 않으면 다 까발리겠다』는 협박에 올해 2월중순 공부를 중단하고 귀국했다. 유양은 귀국후 아버지가 경영하는 회사직원으로 근무하면서도 납치·폭행·협박 등 끝없이 시달린끝에 이 사정을 아는 친구의 설득으로 부모에게 피해사실을 털어놓았고 대경실색한 부모는 가족회의를 열어 오씨를 고소했다.
유양은 심한 우울증 등 심신이 모두 피폐해져 정상적 생활이 불가능한 상태이다.
중·고·대학 모두 최고 엘리트코스를 거친 미혼의 오씨는 아버지가 4차례나 이혼하는 복잡한 성장기를 보낸 것이 비뚤어진 성격형성의 이유가 됐을 것으로 수사형사는 추정했다.
뻔뻔스런 표정으로 『너무나 사랑한 때문』이라는 신파조 넋두리를 늘어놓던 오씨는 담당형사에게 『학생들이 강의를 기다리고 있을텐데 언제쯤 나갈수 있는냐』고 한참 철없는 질문을 했다.<이준희기자>이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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