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발은 어느 의미에서는 경제전쟁이다. 경제목표 그 자체와의 싸움이다. 정부,업계,국민(근로자 또는 소비자 및 실수요자) 등 각 경제주체가 3자협동으로 연합전선을 형성하여 목표에 도전한다.이 도전의 바닥에는 무엇이든 하면 된다는 자신감과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결과론이 깔려있다. 지난 30여년 동안의 한국경제성장에는 이 두가지 요소의 기여를 부인할 수 없다. 정부와 기업의 면밀한 협력체제와 목표지향적인 불도저식 경제운영은 성장 그 자체에는 효율적이지만 졸속에 따른 부실공사,공해심화 등 값비싼 시행착오를 남겨놓고 있다.
이른바 성장신드롬이다. 지금 한창 물의를 빚고있는 신도시건설의 문제는 바로 이 한국적인 성장신드롬이 드러난 것이다. 지금까지 6차례에 걸쳐 5개년 개발계획을 추진하면서 자갈,골재,시멘트 등 건자재와 레미콘의 부족 및 인력난이 오늘처럼 심각한적은 없었다. 정부의 주택 2백만호 건설 5개년계획(88년∼92년) 사업이 무모한 주먹구구식 이었다는데 책임이 돌려지고 있다. 연차별로 40만호씩 단계적으로 추진됐더라도 건자재와 인력난의 파동이 극심해지지는 않았을지 모른다. 하루가 다르게 뛰는 아파트·주택과 택지 등 부동산의 폭등을 서둘러 진정시키려는 생각이 앞서 주택건설을 독려했다.
그 결과 2백만호 건설은 한해를 앞당겨 올해말에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전망됐었다.
한국경제관료들과 기업들이 자랑하기 좋아하는 초과달성을 이루어 놓을 것이다. 그러나 초과달성의 사고관행은 부작용을 가져오기 쉽다. 지난해 4월에도 자재난과 인력난이 비쳐졌었으나 수입물량 등으로 고비를 넘겼다. 그러나 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등 5개 신도시건설이 본격화되면서 이 양대난은 가중,임계선을 넘게됐다. 89년말에 첫삽질이 시작된 분당,일산 등 두 신도시는 각각 5백40만평,4백60만평에 10만5천가구(인구 42만명),7만5천가구(30만명)의 아파트군을 짓는 대역사.
여기에 따른 3개 도시를 합하면 5개 신도시의 인구규모는 약 1백만명이 된다. 신도시건설에 투입될 자금규모는 15조원의 공사비를 포함,약 26조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막대한 자금이 소요,증권시장의 불황과 금융왜곡을 심화시킬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신도시건설은 덩그러니 아파트만 지어놓는다고 다 되는것이 아니다. 상하수도,가스관,전화선로 등 하부구조가 뒤따르고 전철 등 교통수단이 갖추어져야 한다. 시청,경찰서,소방서,우편국,전화국,은행 등 각종 행정관서와 공공 서비스기관이 뒤따라야한다. 5대 신도시건설은 구한말 대원군의 경복궁중건에 비유할 수 있는 대역사다.
정부는 이 엄청난 프로젝트에 도전하면서 너무나 준비가 소홀했다는것이 드러나고 있다. 사실 목표만 제시하고 밀어붙인 것이다. 경제건설에 도입된 군사문화의 유산이다. 한편 업계측은 누구보다 무리인줄을 알면서도 목표점령의 첨병이 됐다. 그들은 신도시건설에 따른 모든 문제의 책임을 정부에 전가하고 있다. 이들은 건자재난과 인력난의 해소뿐만 아니라 자금난의 해결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또한 공기의 연장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자금난을 우려,분양연기에는 반대하고 있다.
업계의 생리대로 자기들은 손해를 보지않겠다는 것이다. 사실 공사의 공기내의 완공과 건축법에 부합되는 건실한 공사에 대한 책임은 궁극적으로 공사를 맡은 당해 건설회사가 져야한다. 건설업계는 왜 지금까지 눈치만 보고 있었는가. 신도시건설의 부실공사 문제가 건설단계에서 나마 드러난것이 다행이다. 이제 종합대책을 세우는데는 코리아신드롬 현상을 떨쳐버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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