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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 심리적 갈등 새 「장벽」으로(독일 경제통합 1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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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 심리적 갈등 새 「장벽」으로(독일 경제통합 1년:하)

입력
1991.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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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독해체·실업에 좌절/“2등국민” 자아상실감/“서로의 차이점 수용 「자기변화」 절실”지난 1년간의 경제사회 통합과정에서 독일사회의 논쟁의 초점은 동서를 막론하고 경제적 진통에 집중돼왔다. 그러나 정계와 노조,내외언론의 「선동적」 가세로 위기의식마저 불러일으켰던 경제적 진통은 사실 통합의 진정한 장애는 아닌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진통은 불가피하다 예상됐던 것이다.

최고경제전문가들로 구성된 「경제5현위원회」는 지금도 『실업사태가 두려워 경쟁력 없는 동독기업을 살리려해서는 안된다』고 강력히 충고하고 있다. 그리고 『경제통합 작업은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했지만 제궤도를 가고있다』는 것이 냉정한 평가다.

오히려 통합의 큰 장애는 정치경제적 문제가 아닌 사회심리적 갈등에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동독사회가 겪고 있는 가장 두드러진 지통 즉,실업문제도 경제적 차원에서 보다는 사회심리적 측면에서 부각되고 있다.

90만명에 이르는 동독 실업자들이 당장 생활에 위협을 받는 것은 결코 아니다. 실업수당과 각종 사회복지 혜택으로 큰 지장은 없다. 2백만명에 육박하는 단축조업 근로자도 「근로시간제로」인 상태에서도 통합전보다 20∼30% 인상된 임금을 받고 있다. 생필품 가격이 7%정도 상승했으나 서독제 내구성 공산품은 오히려 통합전 동독제보다 30% 이상 싼폭이어서 전반적 생활수준은 향상됐다.

문제는 근로를 생활의 최고가치로 여겨온 동독인들이 일자리를 잃는것과 함께 심각한 「자아상실」 위기에 빠진다는데 있다. 「동독의 대변인」으로 존경받는 슈돌페 브란덴부르크주 총리는 『통일이 가져올 생활향상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고 생각하던 근로자들이 막상 일자리를 잃으면 좌절과 분노를 경험한다』고 설명한다.

「자아상실」 위기는 실업자들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동독인들은 비록 베를린 장벽 붕괴전 민중시위로 억압체제에 반기를 들었으나,사회주의적 평등사회에 무시할 수 없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들은 억압체제뿐 아니라 자신들이 함께 움직여온 직장 등 모든 사회구조가 일시에 붕괴되고 해체되는 과정에서 무력감과 자기상실을 느낀다는 것이다.

동독인의 이같은 좌절감은 동독체제 전체를 서독인들이 사실상 「접수」하고 있는 현실앞에서 열등의식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언론들은 흔히 이 열등의식을 생활수준의 차이에 초점을 맞춰 부각시켜왔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것은 서독인들이 관료체제상층부에서부터 경제하부구조에 이르기까지 동독사회전체를 장악하고 주도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현실이다.

여기에 자신감에 넘치는 서독인들의 행태는 자기주장을 삼가는 이른바 「사회주의적 모럴」에 익숙해온 동독인들에게는 우월감의 과시로 받아들여진다. 이때문에 동서독 인간의 심리적 장벽은 통합전보다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동베를린 중심 프리드리히가의 한 고층건물 벽에는 『동서장벽은 사라졌으나 「아래」와 「위」가 생겼다』는 흰 페인트로 쓴 항의구호가 커다랗게 쓰여있다.

지난 3월 슈피겔지는 스스로를 「2등국민」이라고 생각하는 동독인이 통합직후의 75%에서 85%로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고 전했다. 당시 독일 정부가 의뢰한 한 여론조사에서는 동독 주민의 자본주의시장경제 지지도가 통합전 77%에서 53%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시장경제지지도 조사결과는 사회심리적 장벽이 동서통합에 가장 심각한 위협임을 확인시킨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동독지역의 자살,범죄,사고가 급증하고 특히 드레스덴 등에서 네오나치세력이 외국인 공격을 일삼는 현상도 자아와 권위상실의 위기를 겪고있는 동독사회가 서독과의 높은 심리적 장벽앞에서 좌절과 분노를 다른 방향으로 발산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슈돌페 브란덴부르크주 총리는 『동서간의 사회적,심리적 간극을 메우지 못하면 통일작업은 본격화 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 사회심리적 장벽극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동서독이 서로의 차이점을 인정하고,수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사회통합 1년을 맞은 지금 독일인들은 『동독인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하지만,서독사회 또한 변화해야한다』는 독일지성들의 외침에 귀를 기울고 있다. 서독의 한 저명한 철학자는 『서독의 민주주의와 동독의 이상주의의 결합』을 통일 독일이 지향해야할 길로 제시했다.

「서독적 가치」를 내세워 수도 본의 잔류를 고집하던 의회다수세력이 베를린으로의 이전 결정에 합류한 것은 바로 이같은 변화요구를 수긍하는 대세를 반영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비덴코프 작센주 총리는 한국민에 대한 교훈을 묻는 질문에 「경제적 희생각오」와 함께 바로 이 「자기변화」를 지적했다.<드레스덴=강병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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