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유명브랜드 앞다퉈 진출/경쟁력 취약… 시장잠식 불보듯/외제품 범람… 과소비등 부작용도1일부터 국내유통시장이 확대개방됨에 따라 재래시장을 비롯한 영세유통업체는 물론 제조업체들도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특히 미 일 등지의 세계적 유통업체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유통시장 공략을 위한 치밀한 사전준비를 해온데다 유명 브랜드를 앞세워 본격적인 시장공략에 나섰다. 국내에 직판점을 설치하려는 제조업체들도 소니·필립스·포드·굿이어타이어 등 70여개사에 달해 개방쇼크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확산될 전망이다.
유통시장 개방은 외국기업의 단순한 시장잠식외에 외제품 수입증가에 따른 과소비조장,외국소비문화의 무분별한 도입,외국거대기업의 독점상권형성 등 경제·사회적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이날부터 시행된 확대개방조치로 외국인들은 매장면적 1천㎡(3백3평) 미만의 점포를 전국 어디에든 차릴수 있게 됐다. 외국도산매장은 외자도입법상의 금지품목인 담배·골동품과 제한품목인 곡물·육류·채소·과일·화장품·의약품·서적을 제외한 무엇이든 직접 들여와 팔수 있다.
이에반해 국내업체들의 경쟁력은 그야말로 구멍가게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겨우 백화점 정도만 한번 겨뤄볼만하고 주변 어디를 둘러봐도 20∼30년전과 다름없는 재래시장의 노점,집앞의 구멍가게들 뿐이다. 우리나라 도소매업의 종업원 1인당 매출액은 연 1천9백만원(89년)으로 일본의 9천만원(88년)에 5분 1,점포당 매출액은 3천7백만원으로 일본(3억8천3백만원)의 10분 1,전산시스템 도입 점포수는 1백72개사(90년)로 일본(2만1천3백여개사)의 3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국내 전산업중 가장 낙후된 유통업계에 외국업체들은 우선 직판점체계를 갖춰 누워떡먹기식의 장사를 하려하고 있다.
크리스티앙디오르·랑방·니나리치 등 유명 해외의류 업체들은 이미 브랜드계약을 끊고 직매장 설치에 들어갔다. 자동차·타이어·가전제품·컴퓨터·시계 제조업체들도 국내시장에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며 뛰어들고 있다. 지금은 고급백화점에서나 볼수있는 이들 세계의 유명제품들을 멀지않아 길거리 어디서나 흔하게 볼수 있게 된다.
이같은 개방의 타격을 가장 먼저 받는 곳은 전국 각지의 시장상인들이다. 한국시장협의회 정시봉 회장(73·동대문 종합시장 회장)은 『가전 대리점이나 백화점·슈퍼마켓 등은 자금력과 경쟁력을 그런대로 갖추고 있지만 전국의 상설·재래(정기)시장 점포는 속수무책인 상태』라고 털어놓았다.
정회장은 『이미 미쓰코시·세이부 등 일본의 대형 전문유통업체들이 동대문시장을 비롯,전국 주요 상설시장의 실태조사를 해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러다가 유통분야의 안방격인 전통시장까지 내주는게 아니냐』고 불안해 했다.
정회장은 『정부의 유통업계 지원대책은 전무한 상태』라며 『오히려 각종 규제장치만 즐비해 전국 1천9백개 시장의 50만 상인들은 점포를 개선키위한 증개축은 꿈도 못꾸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정회장은 『대만이 86년 가전유통시장을 개방한후 2년을 버티지 못하고 일본 등에 시장의 70%를 빼앗긴 사례를 들어 우리나라도 이같은 전철을 밟지않기 위해선 유통업체에 대한 행정·세제·금융상의 지원대책이 신속히 마련,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규제일변도의 소방법·도시계획법을 개정하고 부동산 임대업으로 간주돼 재래상가가 은행의 일반대출도 받지 못하고 무거운 세금을 물게돼있는 세제·금융제도도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함께 국내 제조업체의 품질향상 노력이 이뤄지고 소비자의 외제선호의식이 줄어들며 유통업체들도 서비스개선 등의 자체노력을 기울일때만 백척간두의 유통시장을 구해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이백규기자>이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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