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가 불신의 몸살을 앓는다. 내집마련의 꿈을 피어 올린 건설공사가 기력을 잃고 모래성이 되지 않나 하는 수심에 잠겼다. 주택 2백만호의 구상이 한동안 제동이 걸리게 되었다. 자칫 모래성을 쌓는다는 진단은 엄청난 공동을 남겼다.공사 지연과 중단도 걱정이나,더 큰부담은 불신의 성이 한층 높아진 것이라 할수있다. 극심한 주택난과 집값 폭동을 단숨에 꺾어보자는 신도시 구상은 부작용이 있으나 불가피하다는 당위는 있었다. 의도는 좋았으나 무모한 추진에서 이상이 생겨났다. 첫 술에 배불러 보자는 무리수가 오늘의 결과를 빚어낸 것이다.
착공에서 부실화에 이른 과정과 그 연장으로 부실을 확인한 이후에 허둥대는 대책은,왜 관료조직의 관리 능력에 대해 지금처럼 불신이 누적되게 했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결과론이긴 하나 부실의 가능성은 벌써 예견되었어야 했다. 건설에 착수하면서 인력난과 자재난이 드러났다. 덩달아 노임과 비용이 솟구치면서 건축파동이 시작된 셈이다. 그럴수록 집값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물가 위협만 가중되어 왔다.
이만한 사태는 충분히 예측할 수 있음에도 정부는 공약사업과 물량공급에 집착해서 작전이 없는 독전을 거듭한 것이다. 이런데도 부실이 생기지 않았다면 그게 오히려 기적이라 할만하다.
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는 속담도 있다. 건설현장으로 부터 터져 나온 아우성과 비명은 새도 듣고 쥐도 들었으련만,사람만이 못들었거나 아니면 듣고도 모른체 했을 것이다. 불신의 새싹은 이때 터올랐다.
부실화 뒤의 대응은 불신의 싹을 오히려 키워가듯 확산 시켜 놓았다. 입주예정자나 내집갖기를 소원하는 시민들은 어떻게 되어가는지 영문을 몰라 조바심치며 우왕좌왕 하고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정부는 현장의 실태파악에 쫓기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실태를 자꾸 노출시키고 있다.
놀라운 사태에 놀라는 기색보다 축소지향으로 대응하려는 기세가 역력하다. 불량 레미콘의 사용은 겨우 몇%에 지나지 않는다고 애써 「불과」를 강조하고 나선다. 핑계가 마땅찮으니 언론의 확대보도를 은근히 탓한다. 특정지역의 한 부분으로 오므려 보려다가 다른데서도 터져나오자 축소지향은 금방 무색하게 되었다.
덮어서 불을 끌수만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라 할것이다. 그러나 억지로 줄인다고 사실이 줄어 들지는 않는다. 한마디로 솔직하지 못하다. 축소지향은 눈가림의 상투 수법일 뿐이다. 부실공사는 반드시 들통이 나게되며 끝내 비극적인 대형사고를 일으키고야 만다. 경험과 상식을 앝보면 큰 일을 맞는다.
눈가림의 속셈은 책임 모면과 회피로 이어진다. 상처나 골병을 안겨주고 사과로 쓱싹하려는 것은 사후약방문만도 못하다. 잘못의 원인과 경위를 소상하게 밝혀 내고 근본을 고치려는 의지를 찾아 보기 어렵다. 미리 부실의 요인과 가능성을 파악해 개선책을 진언하지 못한것은 직무유기이다. 드러난 사실을 그대로 수긍하고 겸허하게 대책을 마련하는 성실이 안보인다.
이것은 관료주의의 오만이고 타락이나 마찬가지다. 비록 부실화에 직접 간여하지 않았더라도 관리·감독의 책임은 면할 길이없다. 이번 경우엔 모든 책임을 고스란히 건설관계 업체에만 덮어씌울수는 없기때문이다.
원리·원칙을 되도록 지키려는 노력의 부족도 손꼽아야 한다. 철옹성을 만들거나 모래집을 만들거나 당장의 앞가림만 하면 된다는 의식이 팽배한게 분명하다.
멀리 앞날을 내다 보려는 안목은 숫제 닫아버리고 가시적 성과에만 매달린다. 급조와 속도전에 익숙해져서 미래지향은 뒷전에 밀려났다. 신도시를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 남기겠다는 이상같은 것은 애초에 없었다.
무엇보다 난감하게 생각되는 것은 부서간의 불협화와 각개 약진이다. 주택 2백만호의 건설은 집장사의 그것과 아주 다른 국가적 대역사이다. 통제와 조정은 당연히 있어야 한다.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한쪽에서 분양 연기를 공언하면 다른쪽에선 「예정대로」라고 큰소리를 친다. 정부안에서 엇갈리는데 여당은 공급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느것이 맞는 소리일까 헷갈린다. 정부의 난처한 입장은 이해가 가나 중구난방이 심하다.
이런 판국에 정치인들이 지나가는 말처럼 털어놓은 한마디는 슬프기조차 하다. 선거때가 아니어서 불행중 다행이라는 것이다. 딱하고 불쌍하다는 느낌이 치밀어 오른다.
신도시 부실화는 수습의 방향에 따라 예민한 반응이 일어날것이 뻔하다. 진퇴양난의 모순을 헤어나오기 위해선 우선 신뢰를 회복함이 시급하다. 사실을 사실대로 밝혀내고 알려주는 용기가 필요하다. 털끝만큼도 숨기면 불신의 성은 허물어 지지 않는다.
지금 우리 사회서 가장 두려운 병리가 불신현상이다. 축소·왜곡·오만의 자세를 관료사회가 앞장서 청산해야 믿음이 살아난다. 불신의 터전에선 아무리 공을 드려도 무너지지 않는 탑은 세워지지 않는다. 불신과 부실은 하나의 모태에서 태어난 쌍둥이와 같다. 불신의 성은 쌓지 말아야 한다.<논설위원>논설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