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가 본래의 취지에 충실하려면 지방정부와 의원회 구성,단체장과 의원의 선출방법,선거구획정까지 모든 사항을 그 지방 주민들이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너무나 오랫동안 중앙집권체제에 젖어온 우리 국민들은 아직 그런 문제들까지 스스로 처리할만한 능력을 갖추지 못한데다 30년만에 처음 실시하는 것이어서 국회가 대신 일괄입법 조치를 해주었던 것이다. 주민들이 스스로 만든 법이 아니라 국회가 만들어준 법에 따라 선거가 실시되어 지방의회가 구성되고 있는 것이다.이렇게 구성되는 지방의회에 대해 정부는 갖가지 세부적인 규정으로 일일이 간섭하고 있다. 기초나 광역의회의원의 수당 회의비 출장 숙박비는 물론 의장단의 승용차 종류까지 결정해 지침을 시달한 것은 이미 지난 4월 기초의회 구성때였다. 아직은 첫 시작이어서 의원들이 잘 모르는 데다가 의원들에게 맡겨두면 무슨 엉뚱한 짓들을 할지 모르기 때문에 정부가 지침을 만들어 주어 선도할 수밖에 없다는 정부의 노파심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정부의 지도도 어느 정도에서 그쳐야지 시시콜콜한 것까지 일일이 간섭하면 지방자치를 실시하는 본래의 의미를 잃게된다. 중앙정부의 통제와 간섭을 배제하고 주민자율에 맡기자는 취지로 실시되는 지방자치가 도리어 「중앙관치」가 되어 버린다면 큰 일이다.
그런데도 지난 27일 국무회의가 통과시킨 「행정특례법률 시행령」이란 것을보면 민선서울시장의 권한을 지자제 실시이전보다 오히려 축소시키고 중앙정부 권한은 확대하는 방향으로 역행을 시도하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즉 관선서울시장은 지금까지 2급 공무원까지 임면권을 가지고 있었으나 앞으로 민선서울시장은 4급 이하의 인사권만 갖게 했으며 3급 이상은 내무장관이 임면권을 갖도록 시행령을 만들어 통과시킨 것이다.
이로써 서울시의 국장 등 핵심간부들은 시민이 직접뽑은 서울시장보다 내무장관의 눈치를 보지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아울러 이 시행령은 또 4급 이하의 지방공무원을 장으로 하는 직속기관(사업소)의 설치권만 서울시장이 갖도록 하고 3급 이상의 직제나 기구의 신설은 내무장관의 승인을 받게 함으로써 지방정부의 권한을 약화시키는 대신 중앙정부의 권한을 강화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시행령은 또 내무부의 서울시에 대한 감사권을 인정함으로써 지금까지 국회 감사원 두곳으로부터 감사를 받아왔던 서울시는 앞으로 서울시의회까지 합쳐 모두 4개 기관의 감사를 받게 되었다.
내년에 있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서울시장을 야당이 차지할 것이라는 예상에서 만든 시행령이라면 과잉 충성의 표본이라고 해야할 것이고 객관적 입장에서 마련한 것이라면 지방자치를 거꾸로 가게하는 조치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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