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에 맡겨 감독 아예포기/시공자가 선정하는 제도 모순이번 신도시아파트 부실공사 사건을 놓고 많은 전문가들이 여러사람 탓할 것없이 감리제도만 제대로 돼있었다면 별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부가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고 비난받고 있지만 사실 공사감독의 1차적인 책임은 감리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레미콘 업계가 횡포를 부리면서 함량미달의 레미콘을 공급하고,공진청이나 관할시·도가 KS 규격심사를 게을리 하고,또 시공업체가 품질검사도 하지 않은채 공사를 하려고 하더라도 감리자만 제역할을 충실히 했다고 부실공사가 진행될 수 없다.
그러나 현행 감리제도는 허점투성이여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감리가 이뤄질 수 없게돼있다.
일반 건축물의 경우에는 대개 건축주와 시공자가 다르기 때문에 건축주를 대신해 공사감독을 하는 감리자가 시공자를 견제하면서 어느정도 제 역할을 수행해 나갈 수 있다.
그러나 아파트의 경우에는 건축주와 시공자가 건설회사로 단일화돼 있기 때문에 건축주이자 시공자인 건설회사가 선정하고 그들로부터 돈(감리비용)을 받는 감리자가 과연 자기역할을 다 할수 있을는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자기를 감독할 사람을 스스로 선정하고 인건비까지 주는 꼴이다.
이런 상황에서 감리자가 시공관리 및 감독을 한다기 보다는 건설회사가 내놓는 자료에 별다른 이의제기없이 서명만 하게되고 부실공사가 뻔히 보이는데도 눈감아 버리게 되기가 십상이다.
더욱이 신도시 같은 대규모 현장에서는 감리자 자신이 의욕을 갖고 공정감리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모든 공정을 점검하기란 어려운 실정이다.
감리일지조차 안쓰는 감리자가 있는가 하면 감독권을 아예 포기하는 감리자도 적지않은 현실이다.
그나마 감리자가 건설회사와 분리돼 있는 경우는 사정이 조금 나은 편이다.
분당지역같은 곳은 턴키방식을 도입,아예 건축주 시공자 감리자가 사실상 동일인이기 때문에 「감리」라는 말을 쓰기 조차 힘든 상황이다.
감리자는 대개 해당건축물을 설계한 설계회사의 건축사중 한 사람을 선정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는데 대형건설회사의 경우 대부분 자사계열 설계회사를 따로 소유하고 있으며 이들에게 설계 및 감리를 의뢰하게 마련이다.
예를들면 대우는 서울건축,삼성은 삼우건축을 각각 자회사로 두고 있다.
따지고보면 다 같은 대우그룹 또는 삼성그룹 직원인데 감리자로 나온사람이 공사책임자에게 공사가 잘못됐다고 일일이 따지고 공기를 늦추더라도 안전공사를 하라고 지적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물론 대부분의 대형건설회사는 신용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아파트를 잘 짓기위해 스스로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이같은 감리제도상의 모순만큼은 부인할 수 없다.
현행 감리제도의 허점에 대해서는 이진설 건설부장관도 인정,필요하다면 법(건축사법·건설기술관리법)을 바꿔서라도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건설부가 불량레미콘사건이 확대되자 신도시지역에 특별감리단을 상주시키겠다고 발표한 것도 건설회사가 감리자를 선정하고 감리비용을 주는 현행 감리제도로는 도저히 부실공사를 막을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신도시건설 현장에서 감리가 얼마나 형식적으로 이뤄져 왔는가는 안전점검에 나선 「신도시 종합점검반」에 의해서도 확인되고 있다.
감리비가 아파트분양가에 포함되기때문에 업체들이 감리비를 아끼려고 감리능력이 없는 부적격자를 채용하는가 하면 감리자에게 감독권을 아예 주지않아 형식적인 감리에 그친 경우기 많았다는 것이다.
건설부의 한 점검반원은 『현재와 같은 감리제도로는 부실공사를 막기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이번 불량레미콘 사건만 하더라도 건설회사들이 자체 품질검사를 소홀히 한것이 주요 원인중의 하나로 분석되고 있는데 평소 감리자들이 시험실 운영실태와 품질검사 시행여부를 꼼꼼히 챙겼더라도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앞으로 감리제도의 개선은 크게 두가지 측면이 고려돼야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우선 건축주 시공자 감리자가 철저히 3권분립돼 서로 동등한 위치에서 견제 및 협조체제를 구축할 수 있도록 감리자의 의무와 권한을 강화시켜야 하고 일정규모 이상의 대형건축물에는 상주감리체제를 의무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엄격하고 공정한 감리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감리자가 건축주·시공자와 대등한 위치에 올라서거나 오히려 권한이 강화돼야하며 특히 신도시건설 현장과 같은 대규모 건설현장엔 서류확인을 위해 가끔씩 들르기만해도 되는 법정관리대신 반드시 상주감리를 하도록 제도 및 법을 바꿔야 한다.
또 감리의 공공성을 높이기 위해 시공업체가 감리자를 선정,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하도록 돼 있는 현행 규정을 개선,건축사협회같은 단체에 감리자선정의 적정성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든지 전문감리회사를 육성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만 하다.<방준식기자>방준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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