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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독냄새 지우자”… 재건 몸부림(독일 경제통합 1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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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독냄새 지우자”… 재건 몸부림(독일 경제통합 1년:상)

입력
1991.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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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실직은 과도현상”/내년엔 본격성장 전망/시골에도 「켄트」 담배… 서구냄새 물씬동서독은 지난해 7월1일 경제사회 화폐통합을 단행,역사적인 통일작업을 시작 했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사회주의 통제경제의 이 유례없는 통합작업은 숱한 혼란과 진통속에 진행되고 있다. 통합 1주년을 맞아 그 현상과 장래를 두차례에 걸쳐 점검해 본다.<편집자주>

40여년간 전혀 다른 체제로 나뉘어 존립해온 사회를 하나로 묶는 동서독의 경제사회 통합작업은 진정한 독일민족통일의 장래가 걸린 힘든 작업이다.

정치적 통일은 이미 대외적 장애가 해소된 상태에서 실현됐다. 이에 비해 경제사회 통합은 처음부터 진통과 혼란이 시작됐었다. 다만 통일의 환희와 기대가 이를 가렸을 뿐이다.

그러나 통합에 따른 진통이 기대속에 가려졌듯이 동독경제의 부활도 좌절과 고통을 외치는 소리들에 의해 묻혀져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실질화폐가치 3대 1로 평가되던 서독 마르크와 동독 마르크화의 1대 1 통합으로 상징되는 경제통합은 동독 주민들에게는 선망하던 서독 상품을 마음껏 손에 넣을 수있는 환희를 안겼다.

그러나 서독의 35%선에 불과한 생산성을 갖고있던 동독 국영기업에는 하루아침에 생산비가 3배 이상으로 폭등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동독 국영기업들의 조업단축,대량해고,기업도산 등은 당연한 순서였다. 6월현재 동독기업의 30%가 도산했으며 통합전 9백50만명이던 근로자중 90만명이 실업자가 됐다. 또 2백만명이 「단축근로」로 사실상 실업직전에 있다.

동독기업의 사유화 및 정리작업을 맡고있는 신탁관리공사 트로이한트는 생존력이 없는 기업의 정리를 강행할 방침이어서 올해말까지 실업자는 3백50만명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를 비롯한 냉정한 관찰자들은 동독 경제붕괴가 계획된 해체작업에 따른 것임을 지적했다.

이 지적대로 지난 3월을 고비로 진통보다는 밝은 전망을 갖게하는 진단들이 나오고 있다. 동독현지의 표정도 그동안 언론들,특히 외부언론이 묘사해온 암울함과는 거리가 있다.

동베를린은 물론 주변 브란덴부르크주 등 동독 각지에서는 「재건」을 알리는 기미들이 날로 느껴진다.

곳곳의 도로에서는 보수포장공사가 한창이며 동독지역 번호판을 단 서독제 자동차들이 줄을 잇고있다.

1년 사이에 1백만대가 넘는 서방자동차가 공급된 동독도시들은 오히려 과거의 「사회주의경제의 때」를 벗고있다.

트라비승용차의 배기가스와 난방용 갈탄의 매연에 검게 찌들었던 건물들은 외부청소 및 보수작업이 한창이다.

도시의 공기도 한결 맑아졌다. 서독 관광객들은 「동독냄새」가 사라졌다고 말한다. 대신 서방상품의 한 상징인 말보로,켄트담배가 시골까지 스며들었다.

서독 슈퍼마켓체인들과 은행 보험회사 서방 유명브랜드 의류점들이 소도시들의 면모까지 바꾸고 있다. 드레스덴에서 바이센으로 가는 시골길 옆에도 「이탈리아 피자」 집과 코카콜라 가게가 자리잡고 있다.

자동차판매점,담배광고 홍수와 함께 변화를 웅변하는 것은 건축자재상들과 지붕기와를 새로 이고 있는 일반주택들이다.

사회기반시설보다 개인 주택들의 변모와 그 앞에 늘어선 서독제 자동차들에서 생활수순의 향상을 실감할 수 있다.

실업사태의 다른 한쪽에서는 시장경제의 상징인 개인기업들이 속속 생기고 있다. 대부분 소규모 자영상인 33만개의 기업이 1년사이에 새로 생겼다. 이에따라 1백만명의 일자리가 생겨 관리 학자 노동자들이 전업하거나 일자리를 찾았다.

젤러 작센주 경제차관은 올들어 주전체에서 8천개 국영기업이 도산 또는 폐업했으나 3만5천개의 기업이 새로 등록했다고 밝혔다.

쿠르트·비덴코프 작센주 총리는 『이제 경제상승 기미가 나타나고 있다』며 『늦어도 내년 여름이면 본격성장이 시작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서독기민당 사무총장 출신으로 콜총리와 경쟁관계에 있는 비덴코프는 그간 콜정부의 실책을 비난해 왔다. 따라서 그의 낙관론은 오히려 보수적이다.

경제연구기관들과 민간 경제전문가들은 올하반기부터 동독경제가 다시 성장국면으로 돌아설 것이란 진단도 내놓고 있다.

이 「성장」을 위한 비용부담과 동독주민들의 과도기 고통을 우려하는 논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하나가 되면 함께 성장할 것』이라던 독일 지도자들의 확신에 찬 「예언」은 결코 과장이나 허세가 아니다.<베를린=강병태특파원>

□숫자로 본 동독지역의 현상황

△실업자

842,300명(5월 현재,연방고용청조사)

△실업률

9.5%(구서독은 6%)

△단시간노동자 (조업단축하의 노동자가 정부보조로 급료를 받는 제도)

1,963,000명

△급여수준 (금속산업노사합의)

현재 구서독의 62.5% 1994년까지 균일화

△물가

상품의 소비자가격은 구서독과 같은수준. 집세는 구동독시대 수준 으로 동결돼 있으나 10월에 1단계 인상예정. 전기 등 공공요 금도 단계적으로 인상예정.

△구서독지역에의 유출

금년중 약 11만명(연방고용청 추계,1990년은 33만명)

△당일치기로 구서독지역에서 근무하는 노동자

35만명(연방고용청 추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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