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하오3시부터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성문밖 교회에서는 이색적인 패션쇼가 열렸다.서울 구로공단 지역 남녀 봉제 노동자들의 모임인 「옷만드는 사람들」(위원장 박남희·29·여) 회원 1백여명이 자신들의 「작품」을 놓고 「솜씨자랑 경연대회」를 열었다.
회원들은 고된 공장일 틈틈히 눈썰미로 익힌 실력을 마음껏 발휘,직접 디자인,재단,바느질까지 정성을 들인 T셔트,속옷,바지 등 2백여점을 출품했다.
비록 호텔 등에서 열리는 일반 패션쇼처럼 휘황한 조명과 멋진 음악,세련된 모델,돈많은 고객들은 없어 초라했으나 어느 쇼에서도 볼수 없는 싱싱함과 즐거움이 가득했다.
동료가 만든 옷을 입은 노동자 모델들이 서툰 몸짓으로 실수를 연발할때마다 장내에는 폭소와 장난기 섞인 야유가 터져나왔다. 특히 투피스를 입은 날씬한 여장 남자 모델이 우스꽝스럽게 무대를 누빌때는 모두 포복절도했다.
「옷만드는 사람들」은 지난 88년 구로공단 지역의 봉제공장 근로자들이 중노동과 저임금에 허덕이면서 자신의 일에 긍지를 갖지 못하고 있는 서로의 처지를 위로하고 돕기위해 친목성격으로 결성된 모임,그러나 이제는 단순한 친목을 넘어 노동자의 권리보호 운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날 행사는 매일 수백벌의 옷을 만들면서도 정작 본인은 비싸 입어보지 못하는 봉제 노동자들이 스스로 만든 옷을 직접 입어보고 자신들의 일에 자부심을 갖기위해 마련됐다.
노동자들은 한달전부터 작업이 끝난 밤시간을 이용해 출품작을 만들어 왔다.
이들은 2시간여의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사무실 마련기금을 모으기 위해 작품을 3천∼7천원씩의 헐값에 내놓았는데 순식간에 동료들에 의해 모두 동이 나 버렸다.
결국 제돈내고 제것 사입은 꼴이었지만 뒤풀이 대동놀이에서 신나는 풍물장단에 맞춰 춤을 추는 노동자들은 즐거운 표정이었다.<김철훈기자>김철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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