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위상달라져 미 간섭 줄어/미북관계등 먼저 정책제시를미국에서 민주주의가 보존돼가는 분명한 이유중의 하나는 사회의 구석구석에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기준」이 있다는 것이다.
햄버거 하나를 사먹는 데도 비싼돈을 내고 칼로리가 적은 「로팻」을 사먹을 수도있고 적은 돈으로 칼로리가 많은 「하이팻」을 사먹을 수도있다. 식당에 앉아서 먹도록 주문할수도 있고 가지고 나와 먹도록 주문하기도 한다.
또 자동차에 그대로 앉아 가게입구의 마이크로 주문한 후 유리창 너머로 햄버거 봉지를 건네받아 운전하면서 먹을수도 있다.
사회가 온갖 공개된 기준을 내놓고 여기에 사람들이 도전해 오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도전자를 평가하는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조건은 「약속」(신용)이다.
급한김에 적당히 약속(행동)했다가 뒷수습을 못해 미국사회에서 낙오된 예를 얼마든지 많이 본다. 대통령 후보,유명한 상원의원,발명가 등등.
미국이 국가를 평가하는 기준도 명확하다. 복수정당에 의한 선거제도와 자유시장 경제체제이다.
이것은 베이커 국무장관이 최근 주창한 대서양 사회(Atlantic Society) 개념의 요체이기도 하다.
북한을 따져보자. 복수정당도,선거행위도 사실상 없다.
파워 폴리틱스(Power Politics) 개념에서라면 몰라도 부시대통령이 말하는 새로운 세계질서의 개념으로는 북한은 나라도 아니고 교섭상대도 아니다. 지난달 말부터 6월26일까지 한달간 미국을 방문한 북한의 전 유엔대표 한시해는 『미국은 북한과 대화창구를 넓히고 대화수준을 격상시키기를 공개적으로 요청한다』고 외치며 다녔지만 미국 언론이나 관리들은 코방귀도 뀌지 않았다.
한국은 위치가 달라졌다. 27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아시아정책담당 최고책임자의 한 사람이 언급한 것처럼 적어도 미국인의 눈으로 보면 6·29선언이후 한국의 민주화 모습이 크게 진전됐다. 국민이 대통령을 선택했고,국민이 국회의원을 뽑았으며,지방의회 의원선거도 질서있게 치러냈다. 미국인들이 보는 또하나의 국가판단기준인 자유시장 경제체제는 복수정당 선거보다는 좀더 실용적인 측면이다. 때문에 『약속하고 이행하지 않는 측면』만 배제된다면 이것 때문에 국가전체가 얕보이는 일은 없는 것이다.
이 국무부 관리에게 『북한이 유엔에 가입된 후에 있을 미국의 정책은 무엇인가. 그리고 이것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거론될 것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그런것 없다』고 잘라 말했다.
최근 북한의 핵개발문제,유엔가입문제와 관련하여 비슷한 질문을 국무부 정기브리핑에서 거론해 봤으나 『한국과 협력할 것이다』 『남북대화의 진전을 기대한다』는 대답을 들을 수 있을 뿐이었다.
이미 한반도문제에 관한한 미국은 한국에 앞질러 정책을 짜지도 않고 있으며 더군다나 어떤방향을 강요하려고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이 지난 40년간 독재체제를 유지해 오는동안 부끄러울 정도로 많이 들어오던 미국의 한반도정책 조기선언 같은것은 부지불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남은 문제는 한국 스스로가 이 공백을 어떠하게 메워가느냐하는 것이다. 북한이 유엔에 들어오면 미국의 대북한정책에 어떻게 달러져야 하는가를 이번 정상회담에서 노태우 대통령이 먼저 제시할 수 있어야한다. 한반도 비핵지대화 문제에 대해서도 이 문제를 북한의 핵안전감시협정 서명과 분명히 별개인 것을 인정하더라도 그 기본적인 철학은 전개해야한다. 25년만에 갖는다는 이번 국빈방미가 43년만에 보는 한국 대통령에 의한 명백한 한반도정책 전개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워싱턴=정일화 특파원>워싱턴=정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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