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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고 파국위기서 일단 대화선택/양측 휴전안 합의 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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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고 파국위기서 일단 대화선택/양측 휴전안 합의 안팎

입력
1991.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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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해결은 불능” 인식/강경세력이 향후 변수/상황따라 「군대카드」 다시 사용소지도유고연방군의 일방적인 휴전선포에 이어 독립을 선언했던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공화국도 29일 휴전안에 즉각 동의함으로써 파국으로 치닫던 유고사태가 일단 진정국면에 접어들었다.

결사적으로 독립수호를 다짐했던 두공화국 지도부는 유럽공동체(EC)의 중재노력에 따라 ▲독립결정 3개월 유예 ▲연방군 원대복귀 ▲새연방대통령 선출 등 3개항의 휴전안에 합의했다.

결국 40여시간 동안의 무력충돌 사태를 빚었던 양 당사자들은 서로의 입장에서 한걸음씩 물러선채 대화에 의한 해결책을 선택한 셈이다. 그러나 슬로베니아공화국에 대한 무력시위를 사실상 주도했던 연방군내의 보수 강경세력이 휴전안에 순순히 따를지의 여부가 아직 불투명한 상황인만큼 향후 유고정세는 연방군의 동향에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다시말해 연방군에 대한 지휘통제권을 가진 연방간부회의의장(대통령)이 공석인 상태에서 유혈사태의 재발 및 확산여부는 연방군을 장악하고 있는 연방군 지도부의 역할관계에 달려있다는 지적이다.

독립을 선언한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공의 입장에서 볼때 유고연방군은 역사적으로 가장 불편한 관계에 있는 세르비아공의 충실한 대변자일 뿐이기 때문에 야네스·얀사 슬로베니아 국방장관을 비롯한 두 공화국 지도자들은 휴전의 실효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더욱이 「연방질서의 유지」라는 독자적 판단에따라 연방군을 동원한 연방국방부와 연방군 참모본부측은 연방군의 과잉행동에 의해 유혈사태가 초래되었다는 일부비난에 아랑곳 하지않고 『상황이 불가피할 경우 또다시 무력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강경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물론 세르비아공 출신의 블라고제·아지츠연방군 참모총장 등 군부내 보수강경파가 국경확보를 구실로 한 「무력충돌각본」을 실행에 옮긴 배경에는 슬로보단·밀로세비치 세르비아공 대통령 등 좌파지도자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하지만 병력과 화력면에서 압도적으로 우세한 연방군의 무력행사와 그에 따른 유혈사태는 대내외적인 비난을 불러일으켰으며 한계점에 이른 유고의 현실을 재확인시켜주는 결과만 초래했다.

사실 유고는 발칸반도에서 가장 큰 나라로 소련을 제외하고는 최고수준의 사회문화적 다양성을 간직해와 3개의 종교,4개의 언어 및 5개의 민족이 모자이크를 이루고 있다.

주변 강대국의 이해관계나 강력한 철권통치에 의해서 통일이 유지되어온 유고연방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가분열의 위기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즉 80년 유고의 상징이던 티토가 사망한 이후 격화되기 시작한 유고의 분열현상은 최근 체제와 다민족국가의 위기라는 이중위기로 확산되었고 이에따라 국가연합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탈출구 마련이 불가피할 실정이다.

지난 25일 두 공화국의 독립선언에 이은 연방군의 무력행사에서 비롯된 이번 유혈사태가 유고의 국가적 단합을 유지하려는 군부강경세력에 의해 주도되었다는 사실은 정치적 국경선과 인종적 국경선이 일치하지 않는 유고의 고민을 반영하고는 것이있다.

물론 티토사후 집단지도체제(연방간부회)를 통해 유고연방을 간신히 이끌어온 유고의 6개 공화국 대표들은 지난 6월초 각 공화국의 주권을 대폭 확대하는 「주권국가연합」으로의 이행에 합의하는 등 국가해체의 위기를 벗어나려는 노력을 계속해왔다.

그러나 그에앞서 세르비아공의 밀로세비치 대통령 등 보수강경파가 장악하고 있는 연방간부회의가 크로아티아공 출신의 스티페·메시치 차기연방간부 회의장의 취임을 부결시킴으로써 유고연방의 분열사태는 계속 악화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여기에 이번 유혈사태를 계기로 주민의 90%가 알바니아계인 코소보자치주가 연방에서 탈퇴해 알바니아와 병합하고,마케도니아공이 지리적으로 인접한 불가리아에 접근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연방해체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유고연방군은 더 이상의 유혈사태가 근본적인 문제해결에 도움이 안된다는 판단에서 슬로베니아에 대한 무력시위를 일단 중단했다.

유고연방 정부는 그러나 슬로베니아와 크로아티아공의 향후 움직임에 따라 이번에 거둬들인 「군대카드」를 언제고 다시 꺼내려 들 것이다.<장현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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