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하오1시께 서울 강서구 공항동 18의69 앞길에서는 세차게 쏟아지는 장마비속에서 비명에 간 노동운동 청년의 노제가 열리고 있었다.인천지역 사회운동연합(인사련) 회원 유재관씨(29)는 지난 27일 새벽1시께 인천 남구 주안1동 203에 있는 인사련 3층 사무실에서 정기총회 준비모임을 갖다 재야단체 간부로부터 『경찰이 들이닥칠것 같으니 피하라』는 전화를 받고 서류를 챙겨 8m 아래 바닥으로 뛰어내렸으나 숨졌다. 이날 경찰은 투입되지 않았다.
3일장을 치른 인사련회원 등 1백50여명은 29일 아침 사무실앞에서 1차 노제를 지낸뒤 관광버스 2대편으로 유씨의 집앞에 도착,먼저간 동지의 명복을 빌면서 빗줄기속에서 오열했다.
81년 고려대 사학과에 입학한 유씨는 서슬퍼런 5공시절 시위주동자로 수배받는 등 우여곡절끝에 86년 졸업한뒤 인천에서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 87년에는 불법노조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W사에서 해고됐으며 90년초 인사련에 가입,남부지부 노동반장으로 활동해왔다.
인사련 관계자들은 『사고당일 새벽 유씨는 정기총회준비차 각종자료를 갖고있어 비밀을 보호하느라 급한 마음에 뛰어내렸을 것』이라며 그의 책임감을 높이 사면서도 어처구니 없어했다.
유씨의 한 친구는 『재관이는 항상 노동운동과 민주화에 내 한목숨 던지겠노라고 말해왔지만 마지막까지 쫓기듯 내몰린 그의 짧은 생애가 불쌍하다』고 말했다.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라는 운동권노래를 합창한뒤 유씨의 죽음에 애써 의미를 부여한 조사낭독과 헌화순으로 노제는 20여분만에 끝나고 운구차는 모교인 고려대를 거쳐 용인 가톨릭묘원으로 향했다.
이날 노제는 「길을 빨리 비키라」는듯 잇달아 눌러대는 승용차의 클랙슨소리가 시끄러운 속에 치러졌다.<김철훈기자>김철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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