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압승으로 판가름난 광역의회 선거후 민자당은 기회있을 때마다 「국민에 대한 두려움」과 「무거운 책임감」을 강조해왔다.사활을 건 싸움에서 이긴 승자에게 따르게 마련인 자기도취가 있을법도 한데 연일 갖가지 형식의 자축모임을 가지면서도 밖으로 나오는 소리는 「겸손」과 「자성」 일색이었다.
이런 민자당의 변신을 놓고 야당에 표를 던진 사람들조차 반신반의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기대를 걸었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요즈음의 민자당 모습은 그같은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뜨리고 있다.
「신도시 아파트 부실공사 파문」.
연일 언론에 문제점이 집중 보도되고 있지만 민자당은 『오는 7월2일 당정회의를 갖겠다』는 발표외에는 미동도 않고 있다.
시도 때도 없이 내놓던 그 흔한 성명서 한장 없다.
『고도의 전문기술과 지식을 요하는 문제』 『정부가 알아서 잘하고 있지 않느냐』는 해명은 그래도 나은 편이다.
일부 당직자들은 『한 회사의 문제를 신도시 전체의 문제로 확대보도해 공연히 국민들에게 불안감만 조성히고 있다』고 엉뚱하게 언론에 화살을 돌리기조차 한다.
심지어 『광역의회 선거때 터지지 않은게 천만다행』이라며 볼성 사납게 필요없는 주판알을 퉁기는 인사들도 눈에 뛴다.
주택문제는 굳이 민자당의 설명을 빌리지 않더라도 민생문제의 핵심이다.
아니 우리나라에선 주택문제야 말로 민생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모두에게 민감하기 그지없는 사안이다.
6공 정부가 주택 2백만호 건설이라는 야심에 찬 공약을 내건 이유도 바로 이런 현실 인식에서 출발했다고 할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민자당이 꿈쩍도 않고 있다면 도대체 광역의회 선거에서 자신들을 지지해준 민심의 바람을 제대로 실천에 옮기고 있다고 볼수 있을까.
오랜 세월 내집마련의 꿈을 키워온 많은 사람들이 「와우 아파트」의 참사를 떠올리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도 말이다.
항간의 소문대로 신도시 건설정책이 「성역」 이어서 아예 접근조차 꺼리는 것일까.
「정치유기」를 고집하고 있는 민자당은 이 문제가 지난번 정치권을 강타했던 수서사건과 달리 일부 계층이 아니라 「서민」들의 절박한 민생현안임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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