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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물량」 급급… 난점외면(긴급진단 신도시 부작용: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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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물량」 급급… 난점외면(긴급진단 신도시 부작용:3)

입력
1991.06.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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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안정등 밀려 「안전」 뒷전/자재·인력난 불구 공기 성역화/신도시 계획 정권차원 급조 실무문제 지적 묻혀신도시 건설사업은 입안단계에서부터 무리한 정책추진에 따른 각종 경제·사회적 부작용을 빚어왔지만 「6공 최대의 공약사업」이라는 명분에 눌려 부작용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제거하려는 노력보다는 어떻게 하든 계획된 물량만 채우면 된다는 식의 땜질 대응이 계속되면서 숱한 문제점들이 속으로 점점 더 깊이 곪아 들어왔다.

그러나 이번 부실공사 파동으로 큰 사회적 물의가 빚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는 「집값 안정을 위해 다른 문제점은 참아야 한다」는 논리는 더이상 통할수 없게 됐다.

전문가들은 신도시 건설계획이 처음 발표됐을때부터 우리의 경제적 여건과 능력에 비추어 무리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특히 수도권의 집값 안정을 이루지 않으면 체제위기도 맞을수 있다는 절박한 상황논리에 밀려 퇴색해버리고 만것이다.

신도시 아파트 건설계획이 발표된 지난 89년 4월께의 아파트 가격폭등세나 오는 9월 분당 신도시아파트 첫 입주를 앞두고 아파트값이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에서 확인할수 있듯이 당초 이 계획을 수립한 취지나 이로인해 나타난 집값 안정의 성과를 무시할수는 없다.

그러나 이번에 물의를 빚은 불량 레미론 사건을 비롯,수도권 신도시 건설에 따른 각종 문제점은 그동안 누구나 예상할수 있는 사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주택공급 확대라는 한가지 명분에 매달려 정부관계 부처에서 사전 보완조치를 소홀히 해왔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으로 부각되고 있다.

신도시 정책 한가지만을 놓고 본다면 크게 나무랄것이 없다.

그러나 기존의 주택 2백만호 건설사업이 이미 과열 분위기를 낳고 있었고 토지공개념의 일환인 토지초과 이득세나 택지소유 상한제 등의 실시로 보유대지를 놀리면 손해본다는 생각에서 무조건 건물을 짓고보는 상황에서의 신도시 건설 계획은 무리할수 밖에 없었다.

한가지만 실시해도 무난히 달성하기 어려운판에 주택 2백만호 건설,신도시 계획,토지공개념의 부분실시 등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자 문제점들이 서로 복합돼 더 큰 부작용을 낳고 있는 셈이다.

주택난 해소와 주택가격 안정이라는 정책방향에서는 그런대로 공감을 얻었으나 계획추진의 일정이나 다른 정책들과의 조화라는 측면에서는 실패한 것이다.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취지는 좋았던 신도시 건설계획이 당초 예상됐던 부작용이 하나도 해소되지 못하고 그대로 드러났다는 점에서 정부의 행정관리 능력을 탓하지 않을수 없다.

불과 4∼5년 사이에 5개 신도시에서 29만4천호를 건설하도록 일정이 촉박하게 짜여졌으나 시행과정에서 문제점이 나타나면 과감히 보완,개선해야 되는데 마치 신도시 건설계획이 「신성 불가침」이나 되는 것처럼 밀고 나가다가 결국 전체 물량의 30%를 조금 넘는 10만호 정도를 지은 시점에서 문제가 곪아 터진 것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수차례씩 자재파동을 겪고 극심한 인력난에 대한 해소방안을 업계로부터 건의받았으나 거의 무시했으며 심지어는 안전문제에 관한 업계의 긴급요구도 묵살했다.

교통문제,자금난,물가불안 같은 다른 경제·사회적 부작용 맡고도 건설을 제대로 하기 위해 당연히 짚고 넘어가야 했을 기본적인 요소에 대해서도 무대책으로 일관한 것이다.

건자재가 부족하자 바다 모래가 충분한 세척과정을 거치지 않고 그대로 아파트 건설에 사용되는데도 속수무책이었고 외국에서 수입된 질 낮은 시멘트와 철근도 별다른 보완책 없이 건설현장에 투입돼 온것이다.

가장 우려했던 레미콘의 품질문제의 경우 레미콘 업계의 현황파악도 제대로 안된 상황이고 보면 다른 부문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도 없다.

건자재와 함께 동시 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건설 현장의 인력부족은 신도시 건설에서 또 하나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2∼3년전 2∼4만원 이었던 목수의 일당이 최근 최고 15만원까지 상승한데서 잘 알수 있듯이 심각한 인력난은 신도시의 부실을 예고해주고 있었던 셈이다.

자재난과 인력난의 이중고를 겪고 있는 건설업체들은 또 한가지의 지상과제인 공기에 쫓기고 있었는데도 감히 신도시 계획일정을 연기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누구하나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개선책이 나올수 없었다.

정부는 뒤늦게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5·3 건설경기 진정책」을 내놓았으나 신도시만큼은 이 조치가 적용되지 못했다.

결국 신도시 건설계획은 실무부서에서 기안된것이 아니라 권력의 핵심부에서 급조된 것이었기 대문에 밑에서 부터의 의견이 반영되지 못해 문제점은 쌓여만 갔고 그것을 예견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치유책이 나오지 못한 「중병환자」 인채로 지금까지 방치돼왔던 셈이다.

정부는 앞으로 큰 흐름의 정책 방향은 지켜나가면서 보다 구체적으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것이다.

드러난 문제점들을 해결할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보완대책과 함께 신도시계획 자체의 조정·재검토도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방준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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