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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시멘트가 「부실」 직접원인/신도시 건자재 드러난 문제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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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시멘트가 「부실」 직접원인/신도시 건자재 드러난 문제점들

입력
1991.06.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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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질 중국산등 사용 크게 늘어/수송중 변질·저배합률도 문제/업계 “시멘트 공급 늘리든지 건설물량 줄여야”27일 상오 경기 안양 평촌 신도시단지내에서 불량레미콘을 사용한 아파트를 헐고 있는 S건설의 현장사무소장은 『이번 사건이 이제라도 터진게 오히려 다행』이라며 건설현장에 참여한 사람은 신도시에서는 겁나서 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현장소장은 부실의 현장을 지휘하면서 갈등을 겪어오다 부실시공 사태가 드러나자 오히려 안도감을 느끼고 있는데 대부분의 현장근로자들도 같은 입장이다.

이 현장소장에 따르면 불량레미콘은 이미 올 연초부터 업계에선 문제가 돼왔던 공공연한 비밀이었고 불량레미콘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제성능이 나지않는 시멘트에 있다는 것.

레미콘을 만드는데 바닷모래를 쓰면 15년∼20년후에 부식되는 문제가 있지만 불량한 시멘트를 쓰거나 양을 줄이면 콘크리트의 강도가 현저히 낮아져 언제 붕괴될지 모를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 오키나와에선 불량시멘트를 사용해 지은 집이 5년만에 천장의 콘크리트가 내려앉아 인명피해가 발생한 경우도 있고 국내 현장에서도 비가 많이 올때 콘트리트가 붕괴되는 경우도 종종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불량시멘트는 크게 ▲제품자체가 불량인 경우 ▲운반과정에서 변질되거나 ▲배합과정에서 잘못 배합되는 등의 경우로 구분할수 있다.

우선 수입시멘트 자체에 우리 여건에 맞지않는 불량품이 많이 들어있었다. 시멘트는 국내 9개 업체가 생산능력을 크게 늘렸는데도 수요를 미처 따라가지 못해 세계 5위의 수출국에서 대량수입국으로 바뀌면서 저질의 중국산 시멘트가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문제의 중국산 시멘트는 크게 「425」 및 「425R」과 「525」 「525R」 4가지인데 국내기준에 미달되는 425시리즈는 올 연초부터 수입이 금지된 상태다.

시멘트의 적정강도는 4백㎏/㎠인데 425는 3백㎏에 불과하고 525는 KS기준에 합격했다.

그러나 대형건설회사 기술연구전문 관계자들이 자체실험결과 525도 강도가 3백50∼3백80㎏에 불과,배합시 정량보다 15% 가량을 더 섞어야 제강도를 낼수있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측에서만 제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로,실제는 어느정도인지는 알수없는 상태다.

결국 중국산 4가지는 모두 국산시멘트에 비하면 불량품으로 525 사용시에는 더 넣어야 하는데도 현장에선 이를 무시해오다가 6월 들어서야 시정하기 시작했다. 중국산은 석회석과 점토 등 시멘트 원료를 고온에서 볶아야 하는데도 이를 지키지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중국산 시멘트는 지난해 1년간 2백10만톤,올 6월20일 현재 2백40만톤(총내수 4천1백만톤의 6%선)이나 된다.

이밖에 북한·루마니아·소련·홍콩 등지로부터 들여온 1백여만톤(90년)의 시멘트도 강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멘트는 신도시건설이 시작된 지난 89년부터 수출이 제한되고 수입이 급증하기 시작,89년엔 1백35%,90년엔 8백%나 증가했다.

중국산 시멘트는 인천항의 항만 적체현상 때문에 사용적정기간인 3개월을 훨씬 초과한뒤에 현장에 도착,품질에 하자가 생기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 시멘트부대를 열어보면 습기 등으로 딱딱하게 굳어 있기가 일쑤이지만 워낙 양이 부족해 그냥 사용하는 업체도 있다.

현재 인천 외항에 22척의 시멘트 수송선이 대기중이고 6척만 접안,짐을 부리는 상태로 대기중인 시멘트가 변질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그나마 대기중인 배들은 당국에서 30%를 바지선으로 내륙에 수송해야만 접안할 자격을 주어 원가상승을 유발하고 있다.

또 국내 시멘트들도 대부분 삼척·영월 등 강원지역에서 집중생산돼 서울 등 소비지역으로 수송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앙대 정헌수 교수는 『시멘트는 통상배합비율이 물의 2∼5배 이상 돼야 제강도가 나오는데 시멘트 품귀현상으로 당연히 현장에선 시멘트를 덜쓰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족한 양을 쓴 시멘트는 접착력이 떨어지고 콘크리트속의 자갈은 아래로,시멘트는 위로 몰려 붕괴의 위험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동아건설 정우석 전무는 레미콘은 1시간 이내에 작업할수 있도록 만들어졌는데 교통체증 등으로 2∼3시간 걸려 유동성이 떨어져 현장에서 물을 더 타는것도 문제라며 이럴 경우 작업하기는 편하나 강도가 크게 떨어질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체 관계자들은 그나마 레미콘을 구하기 힘들고 제때에 오지도 않아 동시에 콘크리트를 쳐야할 것을 나눠하는 「이어치기」를 하는게 일반화됐다고 밝히고 시멘트를 건설업체가 공급해주지 않으면 레미콘이 오질 않는다고 밝혔다.

한국건설 기술연구원 이장화 선임연구원은 불량시멘트를 쓴 레미콘은 시멘트를 조로화시켜 부실공사화될 위험성이 크다며 콘크리트의 가장 기본이 되는 시멘트는 정품을 쓰는게 철칙이라고 말했다.

이연구원은 불량레미콘은 결국 시멘트 함량부족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고 밝히고 기술자가 아니고선 사태의 심각성을 알수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업계관계자들도 이구동성으로 양질의 시멘트를 적기 공급해주든지 아니면 건설물량을 줄이는 양자택일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이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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