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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압승/황소웅 논설위원(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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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압승/황소웅 논설위원(메아리)

입력
1991.06.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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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의원 선거가 끝난뒤부터 「대안이 없다」는 말이 유행어처럼 자주 쓰이고 있다. 민자당이 그렇게 잘한것 같지도 않은데 압승을 거둔 이유가 바로 「다른 대안이 없었다」는 분석은 아직까지도 상당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유권자들이 최선의 방안을 아무리 찾아도 없으니 차선을 선택할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국민들의 고민이 그속에 담겨져 있다는 뜻도 된다.그런에 그말이 요즈음 선거참패의 후유증에 허덕이고 있는 야당가에서도 자주 쓰이고 있다. 아당 통합을 위해서는 김대중 신민당 총재가 일선에서 물러가야 한다는 여론의 압력에 대해 김총재 자신은 『물러간뒤의 대안이 없다』고 응수하고 있다. 김총재는 『누구를 물러나라고 한다면 대안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 이름 조차도 안나오는 상황』이라면서 『그냥 사퇴하고 나가는것은 무책임한 일』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신민당의 당무위원들도 마찬가지 논리로 김총재에게 신임투표를 던졌다. 「지금으로선 대안이 없다」며 퇴진을 거부하는 것은 제2 야당인 민주당의 이기택 총재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야당가 뿐 아니라 여당인 민자당 안에서도 요즈음 「다른 대안이 없지 않느냐」는 얘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다음 대통령 선거에 내세울 후보로 누구를 지명할 것이냐는 물음에 대해 답변을 대신하는 말로 쓰여지고 있다. 아마도 김영삼 대표를 가리키는 말인 모양이다.

대다수 국민은 대안이 없어 어쩔수 없이 민자당을 지지했고 야당들 역시 선거참패에도 불구하고 대안이 없어 현체제를 그대로 유지할수 밖에 없다는 논리들이다.

그런데 최선책이 없어 할수 없이 선택한 차선책이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다. 민자당의 압승이 그렇고 당무위원회에서 51대 0의 절대적 신임을 얻은 김대중 총재의 압승 또한 그러하다. 그래서 그런지 그 압승의 맛은 달콤하기 보다 씁쓸한 뒤맛을 남긴다. 쑥스럽기도 하고 부끄러움 조차 느끼는 압승이다.

민자당이 좋아서 표를 준것이 아니라는 것을 민자당 스스로가 너무나 잘알고 있기에 떳떳하게 자랑할수가 없다. 그래서 잘하라는 국민의 채찍질로 알아야 한다는 자성의 소리만 되풀이하고 있다. 남이 보는 앞에서는 애써 웃음을 자제하는 모습이 역연하다.

압승을 하고도 즐거운 표정을 지을수 없는 것은 김대중 총재도 마찬가지이다.

당내에서 절대적 신임을 확인했다고 해서 만세를 부르기는 커녕 더욱 위축감을 느끼는 것은 당론과 여론간의 거리감 때문이다. 일반 국민의 여론은 야당 통합을 위해 선거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는 것인데 신민당의 당론은 이 여론의 요구를 거부해버린 것이다.

여기서 갈등과 고민을 느끼는 것은 김총재를 밀어준 신민당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야당세력의 대동단결을 위해서는 김총재가 물러나는 결단밖에 다른길이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면서도 14대 총선을 의식해서 반대입장에 서지 않을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김총재에게 절대적 지지를 보낸 신민당 간부들도 국민들 앞에 떳떳하지 못하고 멋적은 얼굴들이다.

그러고 보니 선거에서 압승한 여나 참패한 야가 모두 국민앞에 부끄럽기는 마찬가지가 된셈이다. 이러한 동병상련 때문인지 민자당이 신민당을 도와주며 밀월관계를 추구하고 있다는 사실은 더욱 재미있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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