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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단절… 해결책을 찾자/한상진 서울대교수·사회학(사회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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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단절… 해결책을 찾자/한상진 서울대교수·사회학(사회진단)

입력
1991.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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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도의회 선거는 안정을 희구하는 국민심리가 민자당에게 압승을 안겨주었다고들 말한다. 이점을 간과했던 야당의 실책과 더불어 「운동권」의 폭력성이 결국 집권여당에게 엄청난 반사이득을 주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확실히 국민의 기대와 정서는 변하고 있건만 이를 무시한채 전면적인 부정과 대결,증오,한,무한투쟁방식에 의존하는 「운동권」의 행태가 전환기의 심각한 걸림돌이라는 진단은 이미 오래된 것이다. 인간의 의식과 행동을 규정하는 정서적,도덕적,문화적 문법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이 「운동권」의 큰결함이라는 지적역시 타당한 것이다.

원론적인 말이지만,선거는 유권자의 자유의지를 전제한다. 정보의 공개,자유로운 토론,계몽된 의견이 투표로 이어진다는 가정위에서 다수결원칙은 정당화된다.

그러나 실제는 다르다. 이번 선거에서도 여권후보들은 적게는 수억원에서 10억원에 이르는 선거자금을 뿌린 것으로 보도되었다. 본격적인 금권정치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인상이다. 터무이없는 흑색선전이 난무하면서 규제 일변도의 선거법으로 인해 공정한 정보의 흐름은 차단되고 많은 유권자들은 진정 누가 누구인가를 구별하기 힘들었다.

그 와중에서 깨끗한 선거운동의 모범을 보였던 「시민연대」 후보들은 그들이 갖춘 전문지식과 양식에도 불구하고 모두 참패당하고 말았다.

어쩌면 여기서 우리나라 국민의식 수준이 검증된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깨끗하고 양심적인 인물대신 서울의 중산층이 결국 졸부를 선택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이런 풍조와 체질하에서 어떻게 깨끗한 정치가 가능하며 또 어떤 유능한 지식인이 앞으로 정치에 발을 들여놓으려 하겠느냐는 개탄의 소리가 나옴직도 하다.

그러나 유권자 한사람 한사람의 표가 모아져 결정이 이루어지면 우리는 혼탁·과열·금권선거였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주권의 의미를 해석하고 유권자의 집합의지를 국정에 반영시키려 노력한다.

그러나 이번의 대량기권에 대해서는 진단과 처방이 미흡한 것같다. 물론 기권은 바람직스럽지않다. 최선이 없으면 차선이라도 선택해야 한다는 주장은 전적으로 옳다. 그러나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한 흑백논리로 재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투표결과로 드러난 유권자의 집합의지에 우리가 고도의 명분과 의미를 부여하듯이,만일 기권이 또다른 집합적 「선택」이라면 그 정치적 의미를 깊게 조명하는것이 정치사회 발전에 유익하다는 것이다.

우린 여기서 우리사회를 위협하는 세대단절의 심각성을 발견한다. 세대단절은 가정에서,학교에서,직장에서 다같이 현저하지만 특히 정치적으로 심각하다. 단적으로 말해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가 벌이고 있는 추악한 정치판에 끼어들고 싶지 않다는 뜻에서 강한 거부의 몸짓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제도와 사회의 괴리가 젊은 세대에서 가장 날카롭게 벌어지고 있다.

이런 추세는 특히 야당에서 곤혹스런 문제임에 틀림없다. 민주화와 사회개혁을 위해서는 젊은 세대의 지지가 필수적인데 젊은 세대는 여야 할 것 없이 제도권 전체를 불신하는 경향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권위를 둘러싼 세대갈등도 심각하다. 젊은 세대는 오늘날 모든 권위를 부정하는 체질을 가지고 있다. 사제간의 전통적인 예나 권위도 거의 무너진 상태다. 이에반해 기성세대는 전래의 도덕과 권위를 지키려하며 이를 젊은 세대에게 요구한다. 그 과정에서 기성세대는 근본적으로 수직적 위계질서를 강조하는 반면 젊은 세대는 수평적 평등의식을 지향하는 차이를 보인다.

문제의 핵심은 젊은 세대가 무엇인가 크게 도덕적으로 병들었다기 보다는 그들이 자발적으로 인정하고 따를 수 있는 기성세대의 민주화된 리더십,참된 존경을 수반하는 권위,신뢰할만한 정당이나 사회운동모델이 아직 나오지 않고있다는 데 있다.

그러므로 세대단절을 극복하려면 쌍방의 노력이 긴요하지만 젊은 세대의 관심과 에너지를 사회발전의 길로 흡수하기 위한 제도개혁에 기성세대가 앞장서면서 모범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세가지 점을 강조하고 싶다.

첫째,정치가 새로워져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정당체질,선거관행 정치지도자로는 이번 선거에 드러난 젊은 세대의 현실거부와 도피를 막을 수 없다.

모든 것이 젊어져야 한다. 젊은 세대가 이탈하면서 정권교체를 꿈꾸는 것은 환상인 만큼 이것은 야당에게 더큰 부담일 것이다. 그러나 또한 기회가 될 수도 있다. 40대 기수론과 같은 혁신적인 체질개선과 야당통합이 요구된다.

둘째,대학교수 등 전문지식인이 참여하는 탄력적인 시민운동 모델을 다양하게 발전시켜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 안으로 젊은 세대의 개혁의지를 끌어들여야 한다. 이론과 실천을 겸비한 새로운 지식인상이 권위와 신뢰의 기반이 보다 자연스럽게 쌓여질수도 있다.

셋째,대학교육,특히 대학원 교육에 대한 정책적·사회적 지원을 강화하여 튼튼한 지식으로 길러진 훌륭한 새세대 지도자들이 대량 배출되어야하고 이들이 긍지와 희망을 가지고 미래를 개척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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