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낙선사례/차점자벽보 주민들 “흐뭇”(등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낙선사례/차점자벽보 주민들 “흐뭇”(등대)

입력
1991.06.26 00:00
0 0

25일 상오 서울 강남지역의 주택가에서는 주민들이 이미 막내린 광역의회 의원선거 얘기를 새삼 나누고 있었다. 시의회의석 6개를 여당이 싹쓸이한 이 지역에는 5일째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열심히 일하겠습니다」라는 당선사례 플래카드가 대로변과 골목길에 숱하게 걸려있다.그러나 주민들에게 지나간 선거의 의미를 반추하도록 만든것은 당선자들의 플래카드나 인사장이 담긴 우편물공세가 아니라 골목길에 간간이 붙여진 패배자들의 작은 「낙선사례」 벽보였다.

「성원에 감사드립니다」,「여러분의 뜨거운 성원에 저는 목이 멥니다」,「더욱 분발하여 보답하겠습니다」

투표를 하지않았던 유모씨(38·회사원)는 낙선사례 벽보를 보고 『선거가 끝난 뒤에도 유권자들에게 인사할줄 아는 후보들이 있다는 것이 신선하다』면서 자신이 외면했던 것을 아쉬워했다.

시정공무원을 그만두고 퇴직금과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으로 선거에 참여했다가 2위로 패배한 김모 후보(38)는 낙선사례 벽보 3백여장을 붙이고 사무실을 정리하면서 『이제 새 일자리를 찾고 성원해준 이들에게 보답할 수 있게 지역을 위한 일도 하겠다』고 말했다.

역시 차점낙선한 이모 후보(41)는 『벽보를 붙였더니 아쉽다며 더욱 열심히 하라는 격려전화가 많이 걸려 왔다』고 말했다.

이들은 한결같이 『당락이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일외에는 무관심한채 외면하는 중산층들의 참여를 일깨우는 것이 우리 지역구의 가장 중요한 과제임을 알았다』고 선거를 치른 소감을 밝혔다.

기권율이 50%에 이르고 여당이 독식을 한 지역에서 낙선자들의 겸손함은 이기적 중산층이 많다는 주민들에게 선거에 대해 새로 눈을 뜨게 해주었다.

낙선사례 벽보는 「선거는 끝났지만 진정한 선거는 이제부터다」라고 말하고 있다.<이재열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