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집착 건설정책이 문제/업체들 수급급급… 부실재촉/“레미콘 주면 절하고 싶은 심정… 강도검사 하겠나”신도시 증후군. 부실공사 문제는 그 증후군의 하나일 뿐이다. 전문가들에 의해 계획 초기부터 지적됐지만 정책 당국에 의해 무시된 것들이다. 한면에만 집착,다른 문제들을 외면한 결과다. 20여년전의 시행착오 와우아파트 사건이 또 되풀이 되어서는 안된다. 차분히 따져봐야 한다. 까닭이 숨겨져 있게 마련이다. 「수도권 신도시,이것이 문제다」(6월4일자∼15일자·19면 수도권 뉴스면 10회분 연재)에 이어 다시 신도시의 문제점들을 되짚어 본다.<편집자주>편집자주>
평촌 신도시 아파트의 부실공사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것이 건설업계의 고백이다.
29만4천가구 1백17만명이 입주하게될 수도권의 5개 신도시 아파트 건설은 주택공급 측면에만 집착한 반도시계획적인 착상으로 당초부터 착공지연·짧은 공기·인력난·자재난 등으로 전문가들은 그동안 공사의 부실화 우려를 경고해왔다.
신도시 아파트의 부실시공 문제는 일부 자재공급 업자와 시공업자 차원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불량 레미콘을 공급한 회사의 제품이 지난 22일자로 KS허가가 취소됐지만 오늘도 사실은 그 회사 레미콘으로 콘크리트를 쳤습니다. 그 회사에 어떤 처벌을 내리기보다는 도리어 레미콘 생산량을 늘려달라고 호소하고 싶은 것이 현장에서 일하는 우리들의 절박한 심정입니다』
평촌 신도시 D아파트 건축현장의 김모 소장은 24일 뒤늦게 부실 시공현장을 조사차 나온 청와대 건설부 관리들에게 미처 털어놓지 못한 사정을 이렇게 말한다.
『2년전까지만 해도 공사 스케줄에 따라 레미콘을 주문했는데 요즘은 거꾸로 레미콘 공급사정에 따라 공사일정을 다시 짜는 상황입니다. 턱없이 모자라는데도 다소의 레미콘만 주면 절을 하고 싶은 심정인데 사전의 슬럼픔 테스트(반죽질기 검사)나 강도검사를 위한 샘플 추출따위 짓을 하겠습니까. 눈치보기에 바쁜데…』
건설업게에서는 동아건설·광주고속·선경건설·우성건설 등 이번 불량 레미콘을 공급 받았던 회사들이 모두 아파트 건설에 자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시공 초기에 문제점을 찾아낼수 있었다고 지적한다.
비교적 경험이 적은 건설 업체들이 군소 레미콘 회사로부터 레미콘을 공급받을때 어떤 문제가 파생되리라는 것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평촌 신도시는 지금까지 레미콘 수급사정이 가장 놓았던 현장이었다. 안양천 주변에 8개 레미콘 공장이 밀집해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들어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계속되는 아파트 추가분양으로 레미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반면 공급은 제자리였기 때문이다.
레미콘 공급이 턱없이 달리자 평촌 신도시 개발지구내의 아파트 건설업체들이 건축현장에 무허가 레미콘 생산시설을 마구 설치,제대로 품질관리가 안된 레미콘을 「자체 공급용」으로만 쓰는 조건으로 관계 당국의 묵인하에 사용하고 있다.
안양시에 의하면 평촌 신도시 1차 제4공구의 기반시설 공사와 아파트 3천2백여 가구를 건설하고 있는 (주)한양은 지난 3월부터 건설현장 부근의 1천5백㎥ 대지에 무허가 레미콘 플랜트와 창고를 설치,1일 5백㎡의 레미콘을 공급하고 있다.
(주)건영도 제2공구 건설현장에 지난 4월말부터 6백60㎡ 대지에 무허가 레미콘 공장을 설치,1일 2백㎥의 레미콘을 자체 조달하고 있고 신라개발,부영주택 등도 자체 무허가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모두 아파트 건설회사들이 레미콘의 질수준을 따지기에 앞서 안정수급에 급급해 하고 있다.
부실시공이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 현시점에서도 평촌 신도시에서는 아파트 분양이 계속되고 있다. 우선 자재수급을 더욱 악화시킬 요인이 될것임을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평촌의 경우 현재 33개의 아파트 건설현장이 2개월뒤에는 50여개로 대폭 늘어난다.
오는 7월1일부터 분양될 6천8백가구의 아파트와 지난 5월말 분양된 3천가구의 아파트 건축현장이 곧 자리잡게 되는 것이다. 현재 건축중인 2만1천가구의 아파트 이외에 9천가구분이 추가되는 셈이다.
분당의 28개 현장을비롯,현재 5개 신도시의 신축 아파트 현장은 1백20개소에 달한다.
더욱이 아파트 공사와 동시에 진행되는 지하철·도로공사·택지개발공사까지 합치면 무려 2백여개소의 현장에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더 이상의 인력·자재를 공급할 여력이 없는데도 아파트 분양은 계속되고 있다.
신도시 아파트 건축현장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편이다. 수십개의 건설회사들이 한곳에서 경쟁하다보니 품질관리에 신경을 쓰는 편이다.
다른 지방·지역의 건설현장을 희생시켜서라도 신도시 아파트만큼은 재대로 짓겠다고 애를 쓴다는 것이다. 서울의 기타지역,신도시를 제외한 다른 지방 아파트의 부실공사는 얼마나 심각한 상황일까.
『인력·자재난을 해결할수 없는 상황이라면 신도시 아파트의 추가분양은 중단해야 한다. 하루 6백㎥의 레미콘이 필요한데 기껏 50㎥를 공급받으면서 공기를 지킨다는 것은 바로 공사 부실화를 재촉하는 일이다』 신도시아파트의 어느 현장에서나 들을 수 있는 이같은 의문은 아파트 공사의 부실화가 누구때문에 비롯됐는가를 설명해주고 있다.
도시기반 시설이나 합리적인 건설 공사 진행보다는 언제까지 몇만가구를 분양하느냐에 매달려오면서 파상적인 문제점들을 외면해온게 정부의 신도시 건설정책이었다.
이번에 드러난 평촌 신도시 아파트의 부실화 문제도 인력·자재수급 차질과 최근의 공기지연 사태에도 불구,밀어붙이기 식으로 계속 신도시 아파트를 분양한 무모한 신도시 정책이 낳은 부작용중 한부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박정태기자>박정태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