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선언」 안나오고 “뇌물” “정치자금” 공방만/법정 최저량 구형… 검찰 단죄의지에도 의문권력과 금력이 유착한 6공 최대의 비리사건으로 일컬어지는 수서지구 택지 특혜공급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정태수 한보그룹회장(68) 등 관련 피고인 9명에 대한 검찰의 구형절차는 24일 마무리 됐으나 ▲청와대 압력설 ▲한보의 여야 정치자금 제공설 ▲한보의 비자금 규모 등 사건을 둘러싼 의혹은 풀리지 않았다.
지난 4월29일 시작된 수서사건의 공판에서는 공소사실과 직접 관련이 없는 이들 의혹에 대해 재판부가 적극적으로 판단할 입장이 아닌데다 기대를 모았던 피고인들의 「폭탄선언」도 나오지 않아 5차 공판까지의 쟁점은 정회장이 특혜분양의 대가로 의원들과 장병조 전 청와대 비서관(53)에게 준 12억5천만원의 성격에 모아졌다.
검찰이 이 부분을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한데 대해 국회의원 5명은 모두 『돈을 받기는 했지만 수서택지 특혜공급과 관련없는 일종의 정치자금·후원금일뿐』이라고 무죄를 주장했고 정회장도 『정치인들이라 활동자금으로 준것일뿐 수서와는 관계없다』고 진술했다.
2억6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장 전 비서관은 『구속을 피할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검사의 요구대로 허위진술 했다』며 금품수수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주택조합원들의 청원을 소개하고 ▲서울시에 당명의의 공문을 보내도록 힘썼으며 ▲이례적으로 청원처리 결과를 해당 관청인 서울시에 서면통보하는 등 명백히 직무와 관련됐다고 반박했다.
의원들은 재판과정에서 청와대와 민자당 고위층이 깊이 관여했음을 입증하기 위해 홍성철 전 청와대 비서실장,고건·박세직 서울시장 등 고위인사 19명을 증인으로 신청했으나 재판부는 『대부분 수서택지 분양결정과는 직접 관계가 없다』며 증인 채택을 일단 보류하고 박전시장과 이상희 전 건설부장관 등 2명만 채택했다. 그러나 박전시장 등도 해외출장을 이유로 출석지 않았다.
한편 검찰측 증인으로 출석한 윤백영 전 서울시 부시장(55)은 『수서택지 공급결정은 건설부의 유권해석과 국회건설위 청원심사 소위의 긍정분위기 등 때문에 집단민원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게된데 따른 서울시장의 결단이었다』며 『공급결정 과정에서 청와대의 압력은 일체 없었다』고 진술했다.
수서사건은 이제 「외압의 실체」에 대한 의혹은 덮어진채 피고인들이 주고받은 돈이 「뇌물」인지,「정치자금」인지 여부에 대한 사법적 판단만 남게됐다.
그러나 피고인별 구형량은 뇌물액수에 따라 법정 최저형인 징역 10∼5년에 불과해 검찰의 미지근한 수사와 함께 단죄의지가 미약하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것으로 보인다. 현행 특가법상 뇌물수수에 대한 법정형은 5천만원 이상이면 징역 10년이상에서 무기까지,1천만원 이상은 징역 5년이다.
법원 주변에서는 뇌물액이 2억원을 넘어 징역 10년을 구형받은 이원배·이태섭 피고인과 장병조 피고인에게는 징역 7∼5년의 실형이,오용운·김동주 피고인과 공갈죄가 적용된 김태식 피고인은 뇌물외유사건과의 형평을 고려,집행유예가 선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징역 4년이 구형된 정태수 피고인도 고령 등을 감안,집행유예가 선고될 것으로 보고있다.<고재학기자>고재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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