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야정당」이 묘책… 「중부신당」등도 거론/두 총재 거취·노선설정이 최대 분수령광역의회선거 참패에 따라 진로 설정에 부심하고 있는 야권은 또다시 자구를 위해 야권통합의 실현에 힘을 집중시켜야만 하게됐다. 3당 합당이후 신민·민주 양당의 통합시도가 동상이몽속에 결국 실패로 돌아간 기억을 아직도 생생히 갖고있는 야권은 이번만큼은 야권공멸 위기가 피부로 와 닿아서인지 사뭇 비장한 분위기이다. 특히 이번의 야권통합논의는 단순한 정당간의 결합을 넘어 재야까지를 망라한 범야권의 총결집을 지향,야권의 대변혁을 도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와함께 기존의 기계적인 투쟁방식이나,1인 중심의 권위주의적 당운영형태 개선 등 노선재설정과 당내민주화의 정립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도 높다. 그러나 이번이라고 해서 과거의 좌절을 자져왔던 부의 변수들을 쉽사리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단정짓기는 어렵다. 통합논의에는 결국 통합당사자들의 결단이 필요한게 엄연한 현실이나 이 현실을 통합당사자들이 개인의 이익때문에 뛰어넘기가 쉽지않을 전망이다.
○통합의 형태
야권통합의 형태,엄밀히 말해 야권구도의 재편 모습은 크게 봐서 세가지를 상정할 수 있다. 즉,신민·민주당의 당대당 통합형태,양당의 일부세력이 탈당을 한뒤 구정치권을 흡수해서 또하나의 새로운 야당을 창출해내는 형태,그리고 신민·민주당은 물론 구정치권과 재야까지가 포함된 반민자당 세력의 총결집이 이뤄지는 것 등이다.
우선 신민·민주당의 당대당 통합. 이는 민주당이 3당합당의 부산물로 창당되면서 『야권통합을 위해 민주당을 만든다』고 선언한 이후 지난해 재야의 통합추진회의(약칭 통추회의)가 중재를 섰다가 실패하기까지 끊임없이 논의·협상을 해왔던 형태.
신민·민주의 당대당 통합은 당연히 논의의 주도권이 김대중 총재와 이기택 총재에게 있는것을 전제로 하는 것인만큼 김·이양 총재 모두가 당내를 장악하고 있을 경우에 한한다. 그러나 이번 선거 결과는 단순한 야권통합 이상의 것을 요구하고 있어 당대당 통합은 성사되더라도 그 실효성이 의문시되는 측면이 있다.
신민·민주당을 벗어난 정치세력들이 일부 구정치권을 엮어 새로운 야당을 만들어내는 형태의 야권재편 구도는 이른바 「중부당」 창당설로 한때 구체적 검토단계까지 갔었던 것.
즉 지난해 신민·민주당의 당대당 통합이 통추회의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결렬된후 통추회의마저 친신민파의 친민주파로 양분될 기미를 보이자 『지역성을 극복하기 위한 야권통합이 지역성때문에 불가능하다』는 아이러니를 극복하기위해 구상됐던 것이다.
신민당내의 비호남세력과 민주당내의 비영남 인사들이 잦은 접촉을 갖고 서울을 중심으로한 중부권 정서를 대변하는 이른바 「중부당」을 만들자는 주장. 이는 일단 또하나의 야당 탄생이라는 거부감에다 통합이 아니라 오히려 분열의 모습을 내비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러나 호남야당과 영남야당을 「제도적으로」 중재할 수 있어 결국은 야권 대통합의 중간단계 역할을 할수있다는게 추진론자들의 주장이다.
반민자세력 총결집의 야권통합 구도는 기본적으로 김대중·이기택 총재의 입김은 물론 그동안 야권의 각 세력이 지니고 있던 일체의 기득권을 배제시킨 상태에서 「범야정당」을 창출해 내자는 것.
최근 신민당을 탈당한 일부 의원들과 당내 서명파인사,민주당의 통합파 의원들이 모색중인 이 형태는 반민자당 모습으로 출발하지만 기본적으로 1노3김에 대한 반대,즉 정치권의 세대교체주장을 근간으로 하고있다.
이경우 대상에는 일차적으로 신민·민주 등 야당권이 중심이 되겠지만 반민자대열 동참을 원하는 모든 세력의 결집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같은 당대당 통합,「중부당」,반민자세력 결집 등의 기본틀 외에도 이들간의 절충양식,특히 시간적인 변화구조를 겪는 형태도 충분히 가능하다. 예컨대 반민자 수권정당을 최종목표로 한 「중부당」 출범이라든지,당대당 통합을 밀어부치면서 세대교체를 추진한다든지 중간단계로서 당대당 통합을 선행시키는 등의 여러가지 모습을 생각해 볼수있다.
○통합의 가능성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는 통합 가능성을 짚어보기위해 현재까지 드러난 「증상」들을 점검해보면 신민당의 경우 우선 이해찬·이철용 의원의 탈당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조윤형·노승환·정대철의원 등 이른바 서명파 의원들의 잦은 회동,당내 민주화 요구와 조심스런 김대중총재 퇴진 주장 등이 뒤따른다. 민주당의 경우 선거결과를 싸고 이기택 총재 등 주류에 대한 박찬종부총재 등 비주류의 인책론 제기와 비주류의 「선거방관」에 대한 주류측의 해당행위 문책 등 주류·비주류간의 갈등이 꼽힌다. 또 이철·노무현·장석화의원 등 소위 통합 3인방의 이총재 이탈심리 팽배와 신민·민주당이 통합에 대한 대안으로 추진한 재야인사 영입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점도 지적되어야 한다.
당대당 통합방식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적어도 지난해 두번씩이나 시도했던 신민당과 민주당의 통합은 아직도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선거 참패라는 상황변화가 있긴했지만 지금의 상황은 한가롭게 당대당 통합을 논의할 단계가 아니라는게 중론이다.
다만 실질적인 당대당 통합이 아니라 야권 전체를 묶기위해 이미 형성된 틀로서의 합당은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도 김·이 양총재가 당대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전제가 있어야한다. 「중부당」 창당은 기존의 신민·민주당에 대한 애착을 버린 사람들이 모여 그들의 마음에 맞는 새당을 창출해낸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가장 손쉬운 방법일 수 있다.
신민당의 서울출신 의원들과 일부 탈당의원,민주당의 비주류 인사들이 반민자 명분과 함께 비영남 비호남의 감정을 묶을경우 상당한 호응을 받을 수 있다고 보고있으며 여권이 심각한 내분에 휩싸일 경우 잘만하면 여권내부에서도 원군을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 가장 취약점은 야권통합에 역류하는 모습으로 비친다는 점.
범야 세력결집은 이론과 명분에서 모두 가장 확실한 통합방안인게 사실. 기존의 야권구도 및 조직을 완전히 해소시킨뒤 무의 바탕위에 유일수권 야당을 엮어 내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때 사실상 은둔중인 원로 및 구정치인들을 정치의 장으로 끌어낼수 있고 현재 신민·민주당에서 이탈한 소장의원들의 의욕도 충족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와 관련,고흥문 전국회부의장과 이중재·양순식씨 등 구정치인은 상당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 부분의 가장 큰 난점은 구심조직의 부재. 기존의 야세를 완전무시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기때문에 최대야권 조직인 신민당의 지도부가 제역할을 할 수 없게되고 민주당역시 거의 소명될 수밖에 없다.
○가로놓인 난제
통합논의의 전도를 예측하기란 매우 어렵다. 무엇보다도 현재의 논의수준이 아직은 모색기라고 해야할만큼 구체적 내용들을 담아내지 못하고 있기때문이다. 그리고 극복해야할 난제들이 통합의 전도에 산적해 있다. 우선 통합논의에서 김대중 신민 총재의 거취가 어떤 형태로든 「문제」가 될것이라는 예상에는 이론이 없다.
김총재 거취문제는 3당합당후 실패한 두차례의 통합시도에서도 핵심사안 이었지만 이번의 경우도 마찬가지가 될 수 밖에 없다.
여기에는 김총재의 신민당이 이번 선거를 통해서도 지역당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과 함께 김총재의 카리스마적 이미지,이와 직간접 관련을 갖는 지도노선 및 당운영방식 등 복합적인 문제가 함께 제기된다.
이는 또 통합논의의 주체와도 직결된다. 이 문제는 핵심사안일뿐 아니라 초기단계부터 넘어야할 최대 고비가 된다. 이와관련,김총재는 이미 야권통합 추진의사를 밝힌바 있어 주목된다.
현재 야권내부의 통합논의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는 인사들도 아직은 통합추진세력의 실체 및 통합의 범위 및 방법 등에 대해 구체적 윤곽을 잡지못하고 있다. 이들은 다만 김총재 스스로의 입장표명에 따라 논의를 진전시켜 간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신민당 내부에서는 야권통합의 당위성에 대한 일치된 인식과는 별개로 당장의 과제를 당내결속으로 꼽는 분위기도 상당하다. 즉,통합논의 과정에 김총재의 거취문제가 필연적으로 등장하겠지만,사안의 성격에 비춰 성급히 거론할 사안이 아니라는 견해이다.
통합논의 주체와 관련,신민당 의원들이 민주당의 자격성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것도 논란거리. 이는 특히 이기택 민주총재에 대한 인책론이 어떤 형태로 결말이 나느냐,즉 민주당 내부의 「분화현상」과도 맞물려 있는 대목이다.
이와함께 통합야당의 노선 설정문제는 과거의 어떤 통합논의때 보다도 중요한 대상으로 떠오를 것같다. 이번 광역의회 선거가 40년 야당 전래의 행동양식에 대한 일대전환을 요구하고 있다는 분석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한 야당중진은 『야권외 전면개혁이 이번 선거의 교훈인데 비해 이를 기존의 정치적 요소들로 이뤄내야 하는것 또한 현실』이라면서 『그러나 이번의 야권통합은 대소 정치세력들의 봉합이 아닌,새로운 세력의 창출이 돼야하는 만큼 노선정립문제가 커다란 과제』라고 지적하고 있다.<조재용·정병진기자>조재용·정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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