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들 시장경제체제에 불안/셰바르드나제 민주정당안 변수옐친 러시아공 대통령 당선자는 미국을 누비며 정통성을 한층 다진뒤 귀국했다. 하지만 러시아에는 숱한 난제들이 옐친을 기다리고 있다. 노보스티 통신의 기고문을 통해 「옐친대통령 시대」의 러시아정세를 조명해 본다. 보리스·옐친의 대통령당선은 70여년동안 소련을 통치해온 체제에 대한 그의 개인적인 보복일뿐 아니라 정치적인 승리를 의미한다.
옐친의 승리는 어떤 의미에서는 역설적이다. 그를 지지한 많은 유권자들이 그가 즉각도입키로 약속한 시장경제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역설은 다시말해 유권자들이 옐친의 경제개혁보다는 그의 카리스마에 더많이 끌렸음을 뜻한다. 유권자들은 진저리나는 일당독재를 반대했고 그들이 혐오하는 일당독재에 반기를 들었던 옐친을 지지한 것이다.
일당독재에 대한 반대가 곧 공산주의나 사회주의 이념에 대한 반대라고 추정하는게 설사 그릇된 판단이라 할지라도 이번 선거결과는 작금의 소련공산당의 정당성에 대해 흥미로운 의문을 제기했다.
또 하나의 역설적인 사실은 옐친의 라이벌인 리즈코프의 부상이다. 공산당과 군산복합체의 강경보수파가 리즈코프를 지원한 것은 결코 놀랄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가 20%의 지지를 획득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리즈코프가 대도시와 공업지역에서는 완패했으나 농촌지역에서 승리했다는 사실은 옐친이 자영농에 토지를 이용케한 반면 리즈코프는 집단농장을 유지하려 했다는 점에 비추어볼때 역설적이다.
옐친의 이번 승리는 몇개의 질문들을 던져놓았다. 최대의 궁금증은 과연 옐친의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협력할 것인지,아니면 이번의 승리를 발판으로 고르바초프 대통령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을 것인가하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은 옐친이 이번 선거에서 다소 고전,2차 결선투표에서 근소한 차이로 러시아공화국 대통령에 당선되었더라면 더 나았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옐친과 협력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 반면 옐친의 태도는 다소 모호하다.
이제 고르바초프 대통령과 옐친은 적어도 일시적으로는 균형된 상태를 유지할 것이다.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세계를 변화시켰으나 국민적 인기를 상실했고 옐친은 국민적 인기를 획득했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업적이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옐친은 이번 승리로 인해 그의 대중적 인기가 하락할지도 모른다. 이제부터 그는 피폐한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가혹한 조치들을 택할것이고 이것은 그의 인기의 붕괴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최근 빈에 머물고 있는 예두아르트·셰바르드다제 전 소련 외무장관은 소련 정치에 의미심장한 변화를 초래할지도 모를 광범한 기반을 가진 민주정당의 결성을 촉구한 바 있다. 국내외적인 명성을 등에 업고있는 셰바르드나제가 이끄는 민주정당은 중도파는 물론 공산당내 일부세력까지도 규합할 수 있을 것이다. 공산당은 이러한 셰바르드나제의 발언에 즉각적으로 대처,셰바르드나제가 아직 공산당 중앙위원회 위원임을 이유로 그의 이같은 제안의 합법성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공산당의 이러한 시도는 그나마 갖고있던 권위마저도 손상시킬지도 모른다.<모스크바=유동희특파원>모스크바=유동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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