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조한 증권시장의 심리적 마지노선이었던 종합주가지수 6백선이 21일 무너지고 22일에는 5백90까지 쭉내려갔다. 이제 증시는 언제 6백선 이상으로 반등할 것인가. 아니 그보다는 6백포인트 이하 어느선에서 주저항선이 형성될지에 관심이 가고있다. 매스컴들은 「증시감각마비」 「주가빈사」 「6백선붕괴」 등등의 강력한 표현으로 증시의 위기감을 전달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금융공황」의 위험까지 운운하고 있다.증권시장의 이번 6백선붕괴는 기업자금난가중 등으로 증시의 부활을 학수고대하고 있는 기업,정부,증권기관,투자자 등 관계자 모두에게 실망을 주고있다. 그러나 현재의 경제여건 아래에서는 통화증발을 하면서 증시를 살릴수는 없는 것이다.
지금 증시가 6·13 증시안정화대책,민자당의 압승,경기의 과열,증시의 개방 등 각종 호재에도 불구하고 침체 일변도를 나타내고 있는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돈의 수요는 왕성한데 돈이 없는 것이다. 증시로 새 자금이 흘러들어오기는 커녕 증시바닥의 돈이 밖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돈이 흘러가는 곳은 우선 88년 올림픽이후 지속돼 오고있는 현상이지만 아파트,주택,땅 등 부동산투기다.
올해들어서 부동산투기가 진정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다행이라하겠으나 신도시아파트 건설 및 입주 등으로 부동산에 거액의 자금이 유입되거나 묶이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최근에 들어서는 금융긴축으로 실효금리가 20% 이상으로 높아짐에 따라 채권,CD(양도성예금증서) 등 고수익 금융상품과 심지어 사채시장으로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증시가 침체하고 있는 현 증시 시황에서 돈이 이윤을 찾아 증시를 떠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단적인 예가 증시고객예탁금의 격감이다.
주식매입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이 자금이 연초 1조1천2백억원에서 지난 20일 현재 8천9백억원으로 불과 6개월 사이에 2천3백억원이나 줄어 들었다. 또한 증시거래를 주도하고 있는 증권사,투자신탁사,은행,단자사 등 증권,금융기관들이 자금난과 보유 유가증권의 평가손 등으로 증권에 신규투자할 여력이 없는것이 증시침체의 주요요인이다. 증시만을 회복시키자면 간단하다. 돈을 갖다 퍼부으면 된다. 그러나 돈의 잘못된 흐름을 바로 잡지않고 돈을 쏟아넣는 것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나 다름없다.
증시가 지금 숨이 넘어가는듯 하다고 해서 무작성 조급하게 돈을 투입하는 것은 증시를 회복시키지도 못하고 자금의 왜곡현상만을 심화시킬 것이 분명하다. 또한 증시를 위해 통화증발을 한다면 인플레 억제를 목표로 지금까지 정부가 꿋꿋하게 추진해온 금융긴축정책이 붕괴되는 것이다. 증시회복에는 왜곡된 자금흐름의 시정 즉 부동산투기진정,고금리의 완화 등이 선행내지는 적어도 병행돼야 한다. 지원도 현금투입보다는 주식교환사채 발행 등 6·13 증시안정대책의 테두리에서 전개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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