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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화시대/이병일 편집부국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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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화시대/이병일 편집부국장(메아리)

입력
1991.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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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을 들끓게 했던 선거도 끝났다. 이번 광역선거로 지방화시대의 기초는 표면적으로는 거의 이뤄진 셈이다. 아직 자치단체장선거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이젠 지방화시대로 가는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이번 선거는 혼탁할대로 혼탁하고 지역감정이 예상대로 드러났다는 점에서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지방의회선거가 이번 처럼 과열된 자체부터가 이상한 현실이다. 30년만에 실시되는 지방자치를 위한 선거라는 점을 떠올려 어느정도 예상했고 이해도 할 수 있지만 각 정당까지 이에 앞장섰다는 점에서 중앙정치에 따라 우리 지방자치의 앞날이 흔들리지 않을까 염려되고,그만큼 할일도 많다.

우리는 「지방」이라는 말을 두가지 뜻으로 나누어 사용한다. 먼저 서울을 제외한 지역인 시골의 의미로 사용한다. 서운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인구 4백만명에 육박하는 부산도 서울을 두고 이야기할 때는 지방 즉 시골이다. 이때의 지방은 서울에 대해 상대적인 의미를 지닌다.

다른 하나는 일정한 지역을 뭉뚱 그려 이야기할 때 「○○지방」이라고 한다. 이때도 지방이란 말은 서울에 대해 묘한 뉘앙스를 갖는다. 서울지방이라고 하면 어딘지 거부감이 온다. 그러나 서울을 포함한 지역을 중부지방이라고 하면 별다른 저항없이 당연한듯 받아들인다.

이처럼 지방이란 말은 서울에 대한 묘한 얽힘속에 사용돼 왔다. 우리나라처럼 중앙집권제가 오랜 역사를 지배해온 상황에서 서울은 상대적으로 지방위에 군림해왔다. 즉 상하관계가 형성돼 윗자리에 있는 서울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것이 집중됐다. 사람은 태어나면 서울로 보내야 한다는 말이 생길 정도였다.

강력한 독재정권이 탄생하면 서울의 군림과 집중화는 더 심했다. 지방은 서울의 분배에 의존하고 각 지방의 특성을 버리고 서울을 모방하는데 주력했다. 어느 의미에선 획일화의 길을 걸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방자치는 이러한 중앙집권제 즉 서울에 대한 반란이라고 할만큼 큰 사건이다. 서울에의 의존을 줄이고 지방 스스로 일을 처리해 나가겠다는 하나의 선언으로,다극화 현상과 지방화시대의 한 시발점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서는 서울과 지방은 지방자치가 갖는 선언적 의미처럼 더이상 상하란 종속적인 관계가 아니라는 올바른 지방의식을 살려야함은 물론이다. 이 경우 시·도·군 등은 정치와 행정의 첨병으로 중앙과 상하관계나 대항관계가 아닌 독자성을 지닌 협력관계 동반자란 의식이 필요하다. 중앙도 더이상 군림자가 아니고 조정자란 의식개혁을 해야한다.

수도 서울은 바로 이 조정자가 자리잡고 있는 곳으로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 선거양상과 결과를 보면 중앙이나 지방이나 이같은 지방자치의 기본틀을 잊은듯 하다. 중앙은 옛 그대로 군림하던 시절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방자치를 중앙정치의 한 수단으로 이용하려 든다면 지역특성을 살린 지방자치는 기대하기 어렵다. 반대로 지역감정으로 뒤틀린 지역의식은 물론 지나치게 중앙정치를 의식한다면 지방자치는 하나의 사치품이 되거나 지역발전을 해치는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

이번 선거결과로 나타난 여당의 압승,야당의 참패와 지역에 편중된 정당지지를 보면 이러한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지역감정과 지방의식은 다른다. 지역감정일랑 지방특색을 살리는 지방의식속에 묻어버리고 지역주민본위의 살림이 이루어 지도록 해야한다. 중앙정부의 지나친 군림이나 지역감정은 지방자치가 아니고 지방화시대의 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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